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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플랫폼 묶는다”…카카오헬스케어에 1000억, 차바이오 최대주주로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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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와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대형 딜이 성사됐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차바이오그룹과 외부 투자자로부터 총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헬스케어 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차바이오그룹은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43.1퍼센트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고, 카카오는 차바이오텍 지분을 인수해 글로벌 의료 사업 역량을 흡수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지분 교환을 “의료 인프라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신성장 축 구축” 시도로 해석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19일 차바이오그룹 계열사와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총 1000억 원 규모 신규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조는 전략적 제휴를 겸한 지분 교환 방식이다.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가 카카오로부터 약 700억 원 규모 카카오헬스케어 지분을 매입하고, 동시에 양사는 카카오헬스케어에 총 500억 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500억 원을 조달해, 내년 1분기까지 두 차례 거래가 마무리되면 지분 구조는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 43.08퍼센트, 카카오 29.99퍼센트, 외부 투자자 26.93퍼센트로 재편된다.

카카오는 확보한 자금 중 300억 원은 차바이오텍 지분 인수에, 400억 원은 다시 카카오헬스케어에 재투자한다. 차AI헬스케어는 여기에 더해 카카오헬스케어에 100억 원을 별도 투자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양측 모두 현금 유동성을 단기적으로 키우기보다는 상호 지분 연계를 통해 헬스케어를 그룹 성장 축으로 고정하는 데 방점을 찍은 구조로 보인다.

 

기술 관점에서 보면 카카오헬스케어는 인공지능과 모바일 플랫폼, 의료 데이터 처리 역량을 갖춘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고, 차바이오그룹은 국내외 병원과 클리닉, 난임센터 등을 포함한 대규모 오프라인 의료 네트워크를 가진 그룹이다. 양사의 결합은 AI 기반 건강관리 기술을 실제 진료 환경과 생활 공간에 녹여넣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카카오헬스케어가 보유한 파스타와 HRS, 헤이콘, 케어챗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와 플랫폼 병원 개념을 구현하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파스타는 AI 기반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으로, 개인별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관리 계획을 제안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되는 활동량, 수면,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하고 병원 검사 결과와 연동해, 기존 일회성 건강검진 중심의 관리 패턴을 상시 모니터링 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다. HRS와 헤이콘은 전자의무기록과 처방, 영상 데이터 등을 구조화해 병원 간, 플랫폼 간 연동을 지원하는 의료 데이터 인프라 사업으로, 데이터 상호 운용성과 보안이 핵심 경쟁력이다. 케어챗은 병원 컨시어지 서비스로, 진료 예약, 수납, 안내를 채팅 기반 인터페이스로 통합해 환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서비스다.

 

이번 투자로 카카오헬스케어는 이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확장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파스타에는 차AI헬스케어와 협력한 의료 AI 모델을 통합해 만성질환 악화 위험도 예측, 개인 맞춤 운동과 영양 코칭 기능을 강화하고, HRS와 헤이콘에는 차바이오그룹 산하 병원의 임상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해 진단·치료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이 예상된다. 케어챗은 국내 병원 중심에서 차병원 미국·호주·동남아 거점으로 대상이 확대될 경우, 다국어 지원과 각국 의료제도에 맞춘 결제·보험 연동 기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 측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원격 모니터링, 만성질환 관리, 병원 운영 효율화 등 다양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AI와 데이터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을 관리하려는 수요는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카카오헬스케어의 파스타가 생활밀착형 건강관리 서비스라면, HRS와 헤이콘은 병원 내부 운영과 데이터 활용을 효율화해 의료기관의 수익성과 환자 대기시간 단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컨시어지 서비스 케어챗은 의료진의 비의료 업무를 줄여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하고, 환자 입장에서도 예약·결제·안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이번 구조에서 차바이오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카카오헬스케어 플랫폼을 해외로 내보내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차바이오그룹은 미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국에서 77개 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 중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의료 네트워크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LA 할리우드 차병원, 싱가포르 메디컬그룹의 46개 전문 클리닉, 호주 전역 4개 주 29개 의료 거점을 가진 난임 전문 기업 씨티퍼틸리티 등 다양한 현지 거점은 실제 환자와 의료진이 카카오헬스케어 솔루션을 경험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상용화 시장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이미 기술 기업과 의료기관의 연합 전선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대형 빅테크와 보험사가 웨어러블 데이터와 전자의무기록을 결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고, 유럽과 싱가포르 등은 국가 차원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 표준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병원 기반 플랫폼과 스타트업 중심 솔루션이 병행 발전해 왔지만, 카카오헬스케어와 차바이오그룹처럼 대규모 디지털 기술 역량과 글로벌 의료 인프라를 동시에 가진 조합은 드물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중심의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편 규제와 제도 환경은 여전히 주요 변수다. AI 기반 건강관리 솔루션과 의료 데이터 플랫폼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특히 HRS와 헤이콘처럼 병원 내 진료 데이터와 직접 연동되는 시스템은 각국 의료 데이터 국외 이전 규제와 정보보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차바이오그룹이 다수의 국가에 의료 거점을 보유한 만큼, 카카오헬스케어는 미국, 호주, 동남아 각국의 의료정보보호법과 디지털 헬스 관련 가이드라인을 동시 충족해야 하는 복잡한 규제 지형을 관리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원격의료 제도화, 디지털 치료제 허가 체계, 데이터 결합·가명처리 기준 등 정책 변화 속도에 따라 사업 확장 폭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차바이오그룹 입장에서는 카카오헬스케어의 AI와 빅데이터 역량을 흡수해 ‘스마트 헬스케어 그룹’으로 체질 전환을 가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룹이 추진 중인 생활공간, 커뮤니티, 의료기관을 연계한 커넥티드 헬스케어와 시니어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에도 카카오의 플랫폼 설계와 사용자 경험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니어 주거 공간에 파스타 기반 건강관리 기능을 심고, 차병원 네트워크와 HRS를 연동하면 주거, 예방, 진료를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묶는 고부가가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이번 거래가 “헬스케어 사업 철수”가 아니라 “전략적 재정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매각 대금을 전액 카카오헬스케어와 차바이오텍에 다시 투입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규제와 수익성 논란 속에서 카카오가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헬스케어를 성장 축으로 남길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제기돼 온 만큼 지분 구조 변경이 매각 시그널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를 통해 카카오헬스케어의 기술과 사업 역량을 입증했다”며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양측의 협력이 실제 병원 현장과 생활 공간에서 얼마나 빠르게 구현되고, 각국 규제와 보험 제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넘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디지털 기술과 의료 인프라, 규제와 데이터 보호 간 균형이 향후 헬스케어 성장 전략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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