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의 포옹”…박시헌·존스 주니어 재회→서울 올림픽 감동으로 이어지다
오랜 염원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플로리다주의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박시헌과 존스 주니어가 마주한 장면은 모두의 기다림을 녹여내는 깊은 포옹으로 이어졌다. 36년이라는 시간을 단숨에 뛰어넘은 만남은 두 인물의 눈가를 적시며, 팬들에게도 잊지 못할 감동을 전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복싱 라이트 미들급 결승에서 두 선수의 이름은 영원히 역사로 남았다. 박시헌은 존스 주니어를 3-2 판정으로 이기며 대한민국에 12번째 금메달을 가져왔지만, 임팩트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을 남긴 승부였다. 당시 판정 문제는 이후 국제 복싱계의 룰 개선까지 불러왔고, 두 올림피언의 이름은 36년간 종종 화두에 올랐다.

이번 재회 현장에서 박시헌은 금메달을 손에 들고 “당신을 36년 동안 기다렸다”고 말하며 남모를 무게를 털어놨다. 미국을 직접 찾아가 다시 맞잡은 두 손, 그리고 금메달 환원을 암시한 박시헌의 제스처는 그 시절 아픔을 덜어내려는 화해의 메시지로 전해졌다. 반면, 존스 주니어는 예상치 못한 마주침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SNS 영상에서까지 진한 여운을 남겼다.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만남은 2023년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금메달 실물 전달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복싱계 관계자는 “존스 주니어 측이 수년 전부터 박시헌을 여러 차례 초청하려 했다”고 전했다. 두 전설이 만들어낸 재회 현장은 억눌려왔던 오해와 아쉬움을 넘어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남겼다.
박시헌은 현재 제주 서귀포시청 복싱 감독을 맡으며 후배 양성에 매진 중이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재회를 넘어 한국 복싱계 전반에 평등과 존중의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됐다. 마른 땀방울만큼 묵직하게 쌓여온 세월, 두 올림피언의 포옹은 오랜 논란 끝에 찾아온 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