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 전패 고개 떨군 울산”…클럽월드컵 도전→세계와 격차만 확인
잠시 기대와 설렘이 엿보이던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무대에서, 울산 HD 선수들은 세계 축구의 냉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장에 울려 퍼지던 휘슬 소리 아래, 조별리그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관중석 뒤편엔 먼 길을 떠나온 팬들의 허탈한 표정이 남았다.
울산은 미국 신시내티 TQL 스타디움에서 독일의 도르트문트와 조별리그 3차전을 끝으로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F조에서 울산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 플루미넨시(브라질), 도르트문트(독일) 등 각 대륙 최정상팀들과 맞붙었으나, 세 경기를 모두 패하며 3전 전패의 아쉬움을 남겼다.
첫 경기에서 울산은 마멜로디 선다운스에게 0-1로 끌려갔고, 플루미넨시와의 2차전에서는 극단적인 수비 전략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FIFA 공식 데이터에 의하면 울산은 첫 경기에서 점유율 30%, 슈팅 8-14로 경기 내내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차전에서는 점유율이 28%로 더 낮아졌고, 허용한 슈팅만 26개, 크로스도 42회에 달해 상대의 완벽한 우세를 실감케 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도르트문트전에서도 전반에만 슈팅 0-20이라는 압도적 격차가 벌어졌다. 조현우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이 아니었다면 점수 차는 훨씬 더 벌어질 위기였다. 경기 내내 울산은 상대의 폭발적인 개인 기량 및 조직력 앞에서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 벤치를 이끈 김판곤 감독은 “K리그 팬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싶었지만 격차만 확인했다”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구단 내외에서는 국내 최고의 재능이 해외로 진출하는 구조와, K리그로 유입되는 외국인 선수 다수의 경쟁력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고민이 쏟아졌다.
현재 K리그1은 외국인 선수 보유 6명, 출전 4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라이벌인 사우디 리그는 보유 10명, 출전 8명, 일본 J리그는 보유 무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울산과 같은 국내 팀들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 대한 제도 변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르트문트전 이후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은 “사우디는 투자로 좋은 외국 선수를 데려오고 있는데, K리그도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야 세계적 팀들과 더 경쟁력 있게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K리그 팀이 더 나아가려면 여러 요소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울산은 AFC 챔피언스리그 성적을 바탕으로 이번 월드컵 티켓을 얻었지만, 최근 아시아 축구계의 투자 확대와 제도 변화로 국내 구단의 향후 진출 가능성도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울산은 대회 종료 후 곧바로 K리그1 일정에 복귀한다.
끝내 벤치를 떠난 선수들의 느린 발걸음, 옅은 웃음 뒤에 남은 자책, 그리고 관중석의 차가운 침묵까지. 울산의 이 경험은 단순한 패배가 아닌 K리그 전체의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그 현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규정, 클럽 투자, 전력 강화 방안 등 리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촉발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