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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아래 궁중 한 상”…경복궁에서 되살아난 수라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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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아래 궁중 한 상”…경복궁에서 되살아난 수라간의 기억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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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궁중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특별할 것 없던 일상에 스며드는 고요한 저녁, 고궁에서의 식사와 전통놀이 체험은 이제 취향이 뚜렷한 현대인의 미식 여정이 됐다. 사소한 선택 같지만, 익숙한 도시에서 역사의 결을 만나는 작은 사건이기도 하다.

 

서울 경복궁에서 열리는 ‘수라간 시식공감’ 축제는 그런 욕구에 답한다. 행사장에 들어서면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궁중병과를 맛보고, 누군가는 전통 놀이에 웃음 짓는다. ‘다담-시식공감’에서 전해지는 단정한 디저트, ‘식도락-시식공감’ 코너의 정성 가득한 상차림, 그 하나하나엔 조선왕조에서 이어진 미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참가자 다수는 “이런 분위기에서 맛보는 음식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표현한다.

궁중음식 체험부터 전통놀이까지…‘수라간 시식공감’ 축제 서울 경복궁서 열린다
궁중음식 체험부터 전통놀이까지…‘수라간 시식공감’ 축제 서울 경복궁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통문화 체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이번 축제는 참가 신청이 빠르게 마감되며 관심을 모았다. 매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직장인 가족, 친구 모두에게 일상의 쉼표 구실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경험하는 미식, 감각의 문화”라 부른다. 한 음식연구가는 “섬세하게 차려진 상에서 먹는 궁중음식의 본질은 나눔과 공감, 그리고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는 태도에 있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축제 현장은 음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전통 놀이와 문화 공연, 주방골목의 소소한 간식까지 서로의 감각을 일깨우는 교류의 공간으로 변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족과 함께하니 아이들이 역사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보였어요”, “과거와 오늘이 한 상에 어울린 느낌”, “경복궁 저녁은 늘 색다른 감동”처럼 행사 후기가 이어진다. 과거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궁중문화가 이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체험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복궁의 낡지 않은 온기, 전통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음식, 천천히 움직이는 저녁의 시간. 수라간 시식공감은 단지 음식 축제가 아니라, 우리 삶에 남은 오래된 맛과 기억을 되살리는 현대의 문화 의식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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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간시식공감#경복궁#궁중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