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 예술과 추억”…홍성에서 찾은 고요한 감성의 하루
라이프

“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 예술과 추억”…홍성에서 찾은 고요한 감성의 하루

강다은 기자
입력

요즘은 흐리고 비 오는 날이면, 일부러 실내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예전엔 궂은 날씨가 외출을 망설이게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고요함과 여유를 만끽하며 도심의 문화 공간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충남 홍성군은 바람과 역사가 깃든 도시다. 오늘 같은 비 내리는 오후, 24도 언저리의 선선한 기운 속에 홍북읍 이응노로에 위치한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에서는 유난히 조용한 사색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 고암 이응노 화백의 삶과 작품이 이 공간에 오롯이 머문다. 동양과 서양의 미감이 뒤섞인 그의 작품 옆에서, 관람객들은 “비가 오니 마음도 잠시 쉬어간다”는 생각을 털어놓는다. 흐릿한 창밖 비와 캔버스의 울림은 어쩐지 삶의 리듬을 한 박자 늦춰주는 듯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홍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홍성

밖으로 나서면 또 다른 감성의 공간이 기다린다. 용봉산 입구, 1500평 넓은 부지에 자리 잡은 용봉산자동차극장은 비가 와도 차 안에서 안락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사랑받는 곳이다. 차창에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영화를 즐기다 보면, 일상과 조금 멀어진 작은 추억이 만들어진다. “비 오는 날 자동차극장은 진짜 낭만이다”, “밖에서 우산을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 걱정 없이 즐긴다”는 관람객의 목소리에서도 알 수 있다.

 

흐린 하늘 아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도 가능하다. 홍성읍 의사로에 위치한 홍주 의사총은 근대사 굴곡 속 희생된 의병들의 넋을 기리는 곳이다. 우산을 들고 천천히 걷다 보면, 이곳을 찾는 이들은 “비 오는 날 이곳에 오면 마음이 더 서늘해지면서도 한없이 숙연해진다”고 표현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물든 추모의 마음. 침묵이 더 깊이 스며드는 하루다.

 

이런 흐름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후기에서도 이어진다. “홍성에서 비 오는 날, 꼭 둘러봐야 할 코스”라며 추천글을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행지에서 날씨가 도리어 공감과 추억의 매개가 돼준다”는 이야기가 무심코 마음에 남는다.

 

전문가들은 “여행과 문화 공간을 찾는 방식이 단순한 소모를 넘어, 나만의 시간을 재정립하는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석한다. 예술, 영화, 그리고 역사 공간은 어떤 날씨에도 쉼을 허락하는 안식처가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홍성의 비 내리는 하루, 무심코 지나쳤던 길 위의 예술과 추억이 우리 마음에 머무른다.

강다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홍성#이응노기념관#용봉산자동차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