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FC-BGA 수혜에 실적 반전…대덕전자, 고평가 논란 속 재평가 가속

김서준 기자
입력

AI 반도체와 서버향 기판 수요 확대에 힘입어 대덕전자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다시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점으로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커진 가운데, 고부가 패키지 기판과 FC-BGA 사업이 동시 개선되면서 향후 밸류에이션 재산정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장 관심이 쏠린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19일 장중 기준 대덕전자 주가는 5만2,400원으로 전일 대비 3.15% 상승했다. 장 초반 5만400원에 출발한 뒤 한때 5만3,7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최근 4만7,000원대에서 단기간에 강하게 반등한 데다 거래량도 평소 대비 크게 늘어나며, 단기 차익 실현 물량에도 매수세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대덕전자[35320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대덕전자[35320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10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한 달간 대덕전자 주가는 3만2,900원에서 5만2,700원대까지 뛰어 약 60% 안팎 상승했다. 이 기간 장중 고점은 5만3,700원, 저점은 3만450원 수준으로 변동성이 컸지만 추세적으로는 우상향 흐름이 뚜렷했다. 종가 기준 저점과 고점이 계단식으로 높아지며 기술적 상승 채널을 형성했고, 5일선·20일선·60일선을 모두 상향 돌파해 주가가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6개월 전 1만4,000원대와 비교하면 레벨이 3배 이상 높아지며 중장기 하락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매수세가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최근 공시 기준 11월 11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은 합산 약 4만주 순매도, 기관은 약 61만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18만주, -20만주 매도와 +31만주, +15만주 매수가 교차하는 단기 트레이딩 패턴을 보였지만, 기관은 조정 구간마다 물량을 꾸준히 늘렸다. 특히 11월 중순 이후 주가가 5만원대를 상향 돌파하는 구간에서 기관 매수가 집중되며 레벨 업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업종 내 위치를 보면 대덕전자는 삼성전기, 이수페타시스, LG이노텍, 심텍과 함께 반도체·전자기판 대표주로 꼽힌다. 단기 등락률은 대덕전자 약 3.2%, 삼성전기 7%대, 이수페타시스 2%대, LG이노텍 3% 안팎, 심텍 2%대 수준으로, 기판주 전반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대덕전자 시가총액은 약 2조6,000억 원 수준으로 코스피 시총 155위 안팎 중형주에 속하며, 심텍보다 크고 삼성전기·LG이노텍보다는 작은 규모다. 외국인 보유 비율은 10%대 초반으로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어서 향후 실적 가시성이 높아질 경우 수급 개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턴어라운드 초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연간 기준 매출은 2022년 1조3,162억 원에서 2023년 9,097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2024년 8,921억 원을 거쳐 2025년 1조429억 원 수준으로 회복이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2022년 2,325억 원에서 2023년 237억 원으로 급감한 뒤 2024년 113억 원으로 저점을 통과하고, 2025년 469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은 2023년 2%대, 2024년 1%대 초반에서 2025년 4%대 중반까지 회복이 기대되고 ROE도 2024년 2%대에서 2025년 5%대 초반으로의 개선이 점쳐진다.

 

재무구조는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부채비율은 20~30%대, 당좌비율은 190~220% 내외, 유보율은 3,000%를 상회한다. 배당수익률은 약 0.7% 수준으로 1% 미만이지만, 실적 회복에 따른 배당 확대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현재 주가 기준 PER는 100배 안팎, PBR은 1배대 중반으로 업종 평균 PER 80배대와 비교해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 투자의견은 매수(4.00점)이며, 목표주가는 5만4,444원 수준으로 현 주가와의 괴리는 약 4%에 그친다.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촉매는 3분기 실적이었다. 11월 초 발표된 연결 기준 3분기 실적에서 대덕전자는 매출 2,862억 원, 영업이익 24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안팎, 영업이익은 160% 이상 증가했고, 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이 두 자릿수, 영업이익은 10배 이상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8% 중반까지 개선돼 단기 재고 조정 마무리를 넘어선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 국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적 개선의 축은 메모리·로직 패키지 기판과 AI 서버·네트워크향 MLB다. 데이터센터용 DRAM과 eSSD 수요 회복, 원·달러 환율 우호 구간, 제품 믹스 개선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던 로직 패키지 FC-BGA 부문도 감가상각 부담 완화와 설비 전환 효과로 적자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AI 가속기·네트워크 장비향 MLB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함께 분기 매출이 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고, 메모리 기판 부문은 DDR5·HBM·GDDR 등 차세대 메모리 채택 확대로 가동률이 빠르게 올라가는 흐름이다. 일부 리포트는 메모리 기판 가동률이 주요 제품에서 90%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하며, 2026년까지 메모리·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이어질 경우 구조적인 턴어라운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의 시각도 급변했다. 11월 초 한 리포트는 대덕전자에 대해 이제부터는 숫자로 승부하는 구간, 실적 턴어라운드 본격화라고 평가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는 동시에 목표주가를 3만5,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예상보다 큰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언급하며 MLB는 캐파 제약이 아쉬울 뿐이라고 분석하고, 목표주가 4만9,000원과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연이은 목표주가 상향은 공장 가동률과 제품 믹스 개선이 실제 수치로 검증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11월 중순 이후 주가를 5만원대 박스권이 아닌 새로운 레벨로 끌어올리는 촉매로 작용했다.

 

중장기 스토리는 AI 반도체·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핵심 PCB 공급사라는 포지션에 맞춰져 있다. 대덕전자는 인공지능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용 GPU·CPU 기판, 메모리 패키지 기판, 네트워크 장비용 고다층 MLB를 동시에 공급하는 구조다. 엔비디아 차세대 GPU로 알려진 블랙웰 등 고성능 칩 공급망에 이미 진입했다는 점에서 북미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직접 수혜주로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전장용 FC-BGA 신규 매출이 4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1~2022년 대규모 투자 이후 적자에 머물렀던 FC-BGA 사업이 2026년 전후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AI 서버향 MLB와 메모리 기판에서 가동률이 빠르게 차오르면서, 추가 증설 시기와 규모에 따라 마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가 MLB 캐파 제약을 지적한 것 역시 주문은 넘치지만 병목 공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대규모 증설 결정 시 설비 투자비와 감가상각 부담 재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글로벌 메모리 투자 사이클이 둔화되거나 AI 서버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경우, 현재의 고가동률·고수익 구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PER가 100배 안팎인 상황에서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하면 주가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테마 측면에서 대덕전자는 AI 반도체·데이터센터용 패키지 기판 및 MLB, DDR5·HBM 등 메모리 기판, 자율주행·전장용 FC-BGA를 아우르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일부 우주항공·방산용 MLB를 공급하는 점에서 방산 소재주 성격도 갖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를 밀어올린 직접 요인은 AI 서버와 GPU 수요 확대에 따른 FC-BGA 기판 공급 부족 이슈였고, 여기에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증권사 목표주가 상향, 메모리·AI 투자 사이클 기대가 겹치며 상승 모멘텀이 강화된 구조다. 다만 AI 테마 자체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련 뉴스나 대형 고객사의 투자 계획 발표에 따라 단기 등락 폭이 커질 여지는 남아 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대덕전자는 영업이익 증가율과 성장성에서는 상위권, 밸류에이션과 수급 안정성에서는 부담이 공존하는 종목으로 요약된다. 최근 분기 기준 영업이익 증가율은 1,000%를 크게 웃돌며 LG이노텍·심텍 등과 함께 업종 최상위 수준의 회복 탄력을 보이고 있다. 반면 PER는 삼성전기·LG이노텍보다 높은 100배대, PBR은 1배대 초중반으로 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태다. 외국인 비중은 경쟁사 대비 낮아 실적 가시성 확대 시 추가 매수 여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외국인 매도가 확대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여지도 존재한다.

 

주가 전망과 전략 측면에서 단기(1개월) 관전 포인트는 5만원선 안착 여부와 4만7,000원대 지지력이다. 최근 매물대를 고려할 때 4만7,000원 안팎은 단기 조정 시 추세선 지지 구간으로 거론된다. 이 수준을 지키면서 거래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조정이 나타난다면 재차 신고가 갱신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반대로 4만5,000원선까지 조정이 확대되고 기관·외국인 동반 매도가 이어질 경우 단기 과열에 따른 밸류에이션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5만5,000원 안착 후 6만원선 돌파 과정에서 추가 증설 발표, 대형 고객사 수주, AI 서버 투자 확대 확인 여부를 점검하는 전략이 제시된다.

 

중기(6개월) 관점에서는 글로벌 AI 서버 투자와 메모리 업황, FC-BGA 사업의 손익분기점 진입 속도가 핵심 변수다. 2025년까지 AI 인프라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메모리 증설·업그레이드 사이클이 유지될 경우, 대덕전자의 메모리·MLB·전장 기판 매출과 이익은 추가 레벨 업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우세하다. 이 경우 현재 높은 PER 부담도 향후 실적 성장으로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글로벌 IT 수요 둔화나 AI 투자 지연, 주요 고객사 투자 계획 변경 등이 현실화되면 성장 스토리에 균열이 생기며 재평가 폭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으로는 AI 테마 특유의 높은 변동성, FC-BGA·MLB 증설 과정에서의 설비 투자비 및 감가상각 부담 확대 가능성, 글로벌 금리·환율·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전방 수요 변화 등이 꼽힌다. 현재 밸류에이션이 높은 구간에 위치해 있는 만큼, 향후 분기별 실적이 시장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주가 흐름이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정책 방향과 글로벌 IT 투자 계획, 반도체 업황 지표가 대덕전자 주가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김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대덕전자#ai서버#fc-b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