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 폭염 속 한옥마을 산책”…전주, 무더위와 전통이 어우러진 여름 풍경
요즘 전주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봄·가을 여행지로 꼽혔지만, 이제는 한여름에도 더위를 피해 고즈넉한 전통과 여유를 찾아 전주를 누비는 이들의 일상이 됐다.
29일 오전, 전주 기온은 이미 33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정오를 앞두고 내리쬐는 햇볕은 뜨겁지만, SNS에는 한옥마을 골목을 산책하거나 시원한 박물관 속에서 문화를 즐기는 인증사진이 가득하다. 오후에는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 막걸리 시음 체험을 즐기는 여행객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전통주를 배우며 더위를 식히니 색다른 여름 여행이구나”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주시 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여름철 실내외 전통 체험 프로그램 참여율이 예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대기 질은 ‘좋음’ 등급을 보이며, 더위만 피한다면 산책이나 액티비티에도 제약이 덜하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여행 트렌드의 변화’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송지은은 “무더위가 이어질수록 야외에서 쉬다가 실내로 들어오거나, 자연 그늘과 문화 체험을 교차하는 일정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경기전’이나 ‘한옥마을’처럼 곳곳에 그늘과 쉼터가 조성된 명소는 어린이, 어르신 모두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호응이 높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불볕더위에도 한옥기와 아래 그늘은 시원했다”, “술박물관에서 전통주와 이야기가 있는 시간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는 이야기가 눈에 띈다. 가족, 연인, 혼자만의 여정까지 다양한 풍경이 소셜미디어에 쏟아진다.
사소한 여행의 동선까지도 달라졌다. 급하게 많이 둘러보기보다 시원한 실내, 울창한 그늘, 사찰 숲길처럼 머무는 곳의 감도와 여운을 중시한다. 전주 외곽 ‘정혜사’에 들린 이들은 “숲길의 공기가 무더위를 잊게 한다”고 고백했다. 관광 역시 새로운 쉼의 의미를 찾고 있다.
전주는 단지 더위를 잠시 피하는 공간이 아니다. 한옥의 정취, 전통 문화, 자연과 힐링의 조화 속에 여름만의 남다른 여유와 쉼표를 선물하는 곳.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