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평양 무대, 눈물의 110분”…7천 관객 ‘숨 멎은’ 순간→기립 포효 어땠나
조용필이 건넨 첫 노래 소리에 평양의 밤은 낯설게 가라앉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꼬꼬무’에서는 누구도 잊지 못할 그날의 공기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7천여 명의 북측 관객들 앞에서 시작된 무대는 한 곡, 한 소절마다 조용필의 진심이 아름답게 쌓여갔다.
북한 실무자의 제안으로 이야기가 열린 이 공연은 쉽사리 결정되지 못했다. 조용필은 한참을 망설였고, 결국 ‘북한에도 팬이 있다’는 한 문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공연 추진 의지는 난관을 넘어 멈추지 않았고, 오랜 협의 끝에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역사적 장면이 펼쳐지게 됐다.

수십 대 트럭, 장비와 인력이 공연장을 뒤덮던 긴장감 속, ‘홀로 아리랑’은 조용필이 전날 밤 고민 끝에 셋리스트에 올린 곡이었다. 이 노래가 남쪽에선 익숙한 민요였지만 북한에서는 전혀 다른 구전으로 전해진다는 사실이 무대 위 의미를 더했다. 공연 당일, 보안 요원들이 예고 없이 현장을 정리하며 위기가 닥쳤으나, 음악과 사람에 대한 신뢰로 모두 무사히 마무리됐다.
공연이 막을 열자 객석은 머물러 있던 숨결처럼 무표정하고 조용했다. 조용필은 “관객을 마주하니 얼게 됐다”며 당시의 긴장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피아니스트 김철웅의 말처럼, 그 자리는 평양의 음악인과 예술계 인사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조용필은 특유의 침착함과 농담들로 분위기를 바꿨다. 서서히 공기는 부드러워졌고, 어느새 무대와 관객은 눈물과 호응으로 하나가 됐다.
110분의 감동이 흐르고 헤이즈는 “눈물 날 것 같다”며 울컥했고, 인순이의 마음마저 깊은 울림에 흔들렸다. 앙코르가 이어지고, 평양 공연장엔 이례적인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 무대 ‘홀로 아리랑’은 남과 북의 마음을 묶는 울림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
공연이 끝난 이튿날, 조용필은 거대한 종합 스포츠 경기장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곳에서 다시 노래 부르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레 밝혔다. 그러나 그 바람은 여전히 머나먼 희망으로 남아 있다. 한편, 이 평양 공연의 4K 리마스터 영상과 헤이즈, 인순이, 샤이니 민호의 진솔한 리액션은 ‘꼬꼬무’에서 다시 한번 공개되며 깊은 감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