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언더파 맹타”…유현조, 한국여자오픈 초반 질주→메이저 등극 향한 승부수
힘겹게 다녀온 US여자오픈 이후, 다시 마주한 한국여자오픈의 첫 라운드. 유현조는 티박스 위에 선 순간부터 짙은 집중력으로 주변을 압도했다. 단단하게 다져온 결의와 메이저를 향한 간절함은, 버디 행진이 시작되며 그린 위에 오롯이 쌓여갔다. 7언더파라는 완벽에 가까운 기록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애써버티며 키워온 한 선수의 내공을 증명하는 한순간이었다.
DB그룹 한국여자오픈은 12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올렸다. 총상금 12억원, 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라는 타이틀 앞에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유현조가 써내려간 스코어카드는 8개의 버디와 단 한 개의 보기, 7언더파 65타. 2021년 박민지가 세운 코스 레코드에 1타 모자란 수치다. 6언더파를 기록한 유지나, 5언더파로 선두권을 위협한 이다연과 이동은, 고지우 등이 빠르게 추격에 나섰다.

경기 초반, 유현조는 첫 홀에서 버디로 부드럽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곧바로 보기를 허용하며 멈칫했다. 하지만 10번 홀에서 행운의 칩샷 버디로 흐름을 바꿨다. 13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 이어지는 15·16번 홀 연속 버디로 버디만 8개를 몰아쳤다. 11번 홀의 4m 버디, 그리고 2m 안팎의 정확한 어프로치가 날카로웠다. 경기 후 유현조는 “US여자오픈에서 그린이 너무 빨랐다. 여기는 오히려 그린이 쉽게 느껴졌다”며 “10번 홀 칩샷 버디 덕에 상승세를 탔다. 오늘은 기대 이상 점수라 만족스럽고 내일은 실수 없이 운영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올해 목표는 우승 2회다. 자신감이 있다”는 당찬 각오로 시선을 모았다.
2022년에 데뷔해 작년에 복귀한 유지나는 보기 없는 6버디 플레이로 선두권 경합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아픔을 딛고 나온 메이저 3승의 이다연 역시 5언더파로 우승 도전을 이어갔다. 장타 1위 이동은, ‘버디 폭격기’ 고지우, 신인 서지은도 4언더파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작년 대회 우승자 노승희는 2언더파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고, 황유민과 아마추어 박서진 등 신예들 역시 치열하게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올 시즌 3승의 이예원은 2오버파로 첫날 뜻밖의 아쉬움을 남겼다. 박민지, 방신실 등 강호들도 1언더파로 무난한 레이스를 이어갔다.
경기장 곳곳에는 막바지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선수들의 표정이 남았다. 한 번의 승부는 하루의 기록에 머물지만, 끝내 남는 것은 흔들림 속에 지켜낸 집중과 투지였다. DB그룹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유현조가 US여자오픈에서 배운 성장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선두를 지켜낼 수 있을지, KLPGA 메이저 무대의 새로운 주인공이 곧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