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DB 80만건 통합”…인터넷자율기구, 욕설방지시스템 한층 강화
욕설·비속어 데이터베이스(DB) 통합이 디지털 플랫폼 환경의 자율적 언어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11일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어 네이트까지 국내 3대 포털이 수집한 욕설·비속어 DB를 자사의 욕설방지시스템(KSS)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디지털 언어 폭력 대응의 본격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KSS는 인터넷 플랫폼 내 게시글, 댓글, 가입 아이디 등에 욕설이나 비속어가 포함됐을 때 해당 표현을 탐지·차단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언론사, 공공기관, 금융권, 커뮤니티, 쇼핑몰 등 42개 기관과 기업에서 운영 중이며, 올해 상반기 동안 20만건이 넘는 욕설이 실시간으로 걸러졌다.

이번에 네이트커뮤니케이션즈가 KISO에 제공한 DB는 네이트판과 뉴스 댓글 등 자사 서비스에서 수집·분석된 고유 욕설·비속어까지 포함되고, 기존 KSS DB에 없던 단어 다수를 추가해 필터링 정확도를 높였다.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세 포털 DB가 모두 통합됨에 따라 국내 최대 규모인 80여만건의 욕설·비속어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셈이 됐다.
이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은 더욱 정교해진 필터링으로 악의적 언어폭력이나 온라인 혐오 표현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특히 언어폭력에 취약한 아동·청소년도 한층 안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각종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어 실효성이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플랫폼 역시 자체 DB 및 인공지능(AI) 기반 욕설 필터링을 도입하고 있으나, 여러 포털사가 공동으로 욕설 DB를 쌓아 외부에까지 공개해 사회 전체가 활용하도록 한 사례는 드물다. 이번 통합은 플랫폼 자율규제 모델로서 국내외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전망이다.
KSS DB는 API 형태로 외부 개방돼, 민간 및 공공 디지털 서비스들이 손쉽게 자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서비스 운영자가 욕설 방지 체계나 AI 기반 자체 시스템을 도입하기 힘든 경우에도 공공API 활용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정책 측면에서 KISO는 공공기관, 언론사, 회원사에는 KSS를 무료로 제공하며, 일반 기업에는 합리적 비용 구조로 개방해 건강한 인터넷문화 기반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황용석 KISO 자율규제DB소위원회 위원장은 “KSS처럼 포털 3사가 욕설·비속어 DB를 집적·공유하고 외부에도 공개한 전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기 드물다”며 “플랫폼 자율규제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익준 KISO 사무처장은 “KSS 활용 기관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시스템 고도화와 안정적 인프라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기관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DB 통합이 디지털 언어폭력 대응과 건강한 온라인 문화 확산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자율규제, 이용자 보호 간 균형이 새로운 산업 성장의 열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