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실패해도 지원금 면제”…정부, 성공불융자 도입 본격 검토
신약 개발의 높은 실패율과 오랜 소요 기간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성공불융자제도’는 신약 R&D 단계에서 실패하더라도 지원금 상환을 면제·완화해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장기 투자 유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성공불융자는 국내 신약경쟁력 제고의 분기점”이라 분석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신약 성공불융자제도 국내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예산으로 5억원을 책정, 내년까지 도입 모델을 마련하고 2027년 본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성공불융자(forgivable loan)는 사업 실패 때 융자금 원리금을 감면해주고, 성공 시에는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위험 분담형 투자’다. 기존 해외자원개발사업 등 일부 고위험 분야에서만 운영됐지만, 신약 개발은 성공률이 7.9%(미국바이오협회 10년간 통계)에 그치는 업종이기 때문에 산업 적합성이 크다.

특히 신약 개발은 임상 1상 진입에서 허가 획득까지 평균 10.5년, 소요 비용은 최고 1조원에 이른다. 후보물질 5천~1만개 중 단 1건만이 최종 승인을 받는 현실에서, 정부·민간의 위험 분담은 글로벌 혁신 신약 창출 환경 조성의 관건으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성과 시 이자율 차등 회수, 실패 시 감면 등 설계는 필수”라 강조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면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이 기술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생애주기 전 단계를 완주할 ‘안전망’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10여 년 전부터 성공불융자를 요청해왔으며, 이번 도입 검토가 R&D 생태계 확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정부가 손실 부담을 면제한다”는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우려와, 실패의 객관적 판정 기준 마련 등 제도 디자인의 정교함이 필수라는 지적도 있다. 약가 연동, 철저한 검증 등 운영 조건이 병행돼야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시장 의견이 제기된다.
글로벌로는 이미 위험 분담형 정책이 도입된 국가도 있으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자립적 ‘신약 개발 완주’를 실현할지 정책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투자 리스크 경감이 중소기업 진입장벽 완화와 혁신 신약 창출을 견인할 단초가 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정부 논의가 실제 시장에 어떻게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정책, 윤리적 거버넌스의 균형이 산업 성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