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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셋톱까지 파고든다”…SKB, Btv 에이닷 1억 돌파로 미디어 경쟁 격화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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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서비스가 유료방송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대규모언어모델을 셋톱박스에 접목한 인공지능 미디어 에이전트 에이닷을 앞세워 IPTV 이용 행태를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를 통한 개인화 경험이 향후 유료방송 가입자 유지와 플랫폼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SK브로드밴드는 Btv 고객이 음성 대화로 콘텐츠를 탐색하고 감상할 수 있는 에이닷의 누적 이용 건수가 1억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에이닷은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개발한 생성형 AI 에이닷을 Btv에 탑재해 선보인 서비스로, 대규모언어모델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콘텐츠 추천과 자연어 대화를 지원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 들어 에이닷 월간 사용자수는 1월 대비 2배 이상, 실제 대화 건수는 6배 이상 늘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에이닷의 핵심은 LLM 기반 추천 엔진이다. LLM은 방대한 텍스트와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문맥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모델로, Btv에서는 고객의 시청 이력과 선호 장르, 실시간 방송 시청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과거 단순 카테고리 기반 추천과 달리 사용자가 음성으로 원하는 분위기나 상황을 말하면, 모델이 의미를 해석해 적합한 콘텐츠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런 접근 방식에 따라 추천 콘텐츠 시청 비율이 도입 초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환경과 사용자경험 개편도 개인화 효과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 Btv 홈 화면 상단에 에이닷 전용 영역을 배치하는 형태로 UI와 UX를 손질했다. 고객 프로필과 취향, 최근 시청 흐름을 한 화면에서 파악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추천 리스트를 직관적으로 노출하는 구조다. 시놉시스 등 안내 문구를 확인한 뒤에도 AI가 관련성이 높은 작품을 연속해서 제안해, 모바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익숙한 몰입형 시청 경험을 거실 TV로 옮겨오려는 시도다.

 

콘텐츠 탐색 기술도 AI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키즈, 다큐멘터리 등 약 20만 편 규모로 제공되는 Btv 전 장르 가운데, 월정액 상품 Btv 플러스에 포함된 작품만을 모아볼 수 있는 탐색 기능을 신설한다. 시청자는 음성으로 요금을 재확인할 필요 없이, 자신의 구독 범위 안에서 바로 재생 가능한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어 결제 전환 과정의 마찰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AI는 시청 경험의 전 과정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신규 셋톱박스 업데이트를 통해 에이닷은 개별 고객에게 유용한 프로모션, 쿠폰, 신규 작품 정보를 자동으로 선별해 제안한다. 사용자는 리모컨 조작 대신 음성 명령만으로 혜택 확인과 콘텐츠 재생, 추가 추천까지 이어갈 수 있어 서비스 이용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개인화가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타 플랫폼으로의 이탈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품질 관리 영역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0월 AI 기반 품질 관리 시스템 AQUA를 도입했다. AQUA는 방송 설비부터 백본 네트워크, 셋톱박스, TV 수상기에 이르는 전체 구간에서 약 740개 지표를 24시간 365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전통적인 방식이 고객 불만 접수 후 장애를 확인하던 구조였다면, AQUA는 패턴 분석을 통해 시청 중 이상 조짐을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조치하는 고객경험지표 기반 시스템을 지향한다.

 

해외 유료방송·스트리밍 시장에서도 AI를 통한 개인화와 품질 관리는 이미 경쟁의 전면에 나와 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추천 알고리즘과 시청 이탈 분석, 네트워크 트래픽 예측에 머신러닝을 결합해 사용자당 시청 시간을 끌어올리고, 버퍼링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 SK브로드밴드의 행보는 이런 글로벌 흐름을 IPTV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IPTV 사업자는 방송법과 망 중립성, 데이터 보호 규제 등 다양한 정책 변수 속에서 AI 기반 서비스 확장을 추진해야 한다. 시청 이력과 취향 정보는 개인 맞춤에 필수적인 데이터지만, 활용 범위와 보관 기간, 가명 처리 수준에 따라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추천 로직의 투명성과 고객 동의 절차가 미디어 산업의 신뢰를 좌우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시장이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든 만큼, AI 기반 개인화 경험이 가입자 유지와 부가 매출 창출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통신과 방송, 스트리밍 간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셋톱박스를 거실용 AI 허브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가 향후 판도를 가르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Btv 에이닷을 포함한 AI 미디어 서비스가 실제 시장에서 이용자 선택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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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btv#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