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합의 복원 요구”…보건의료노조, 인력기준 파업 결의로 산업 변화 촉구
의료 현장에서 근무 여건 악화가 이어지며 보건의료노조가 9·2 노정합의 이행을 내세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조합원 87.2%가 참여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92.1%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4일 전국 127개 사업장, 약 6만 명이 동참하는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요구의 핵심은 직종별 인력기준 제도화, 주 4일 근무제 시범사업, 불법의료 근절, 직접고용 비정규직 비율 축소 등 의료 노동환경의 구조적 전환이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2021년 체결된 9·2 노정합의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의정 갈등 등으로 5년 넘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인력기준 제도화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6개 직종에 대해 2026년까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연장근무 미보상(32.8%), 연차휴가 미사용(44.5%), 휴게시간 미보장(82.9%), 이직 고민(63.4%) 등 의료 현장 내 실태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파업 논의의 배경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등 IT 융합과 도입이 가속화되는 산업 환경 변화가 있다. 자동화와 의료플랫폼 확장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주4일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이 의료 서비스의 질·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시범사업 요구도 커지는 추세다.
국내 병원계와 정부,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의료 AI, 전자의무기록(EMR), 원격의료 등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인력 기준, 환자 안전, 플랫폼 관리와 같은 기반 제도의 마련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사례로는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이 의료 인력 기준과 플랫폼형 헬스케어 도입 과정에서 노동환경과 디지털 혁신 간 균형을 위한 정책 논의를 확대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9·2 노정합의 이행협의체 복원을 촉구하면서, 공공병원 국가책임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부서별 정원 기준 마련 등 복합적인 대책을 요구 중이다. 제도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23일 전야제, 24~25일 이틀간 서울 집중파업까지 이동한다는 계획이어서 서플라이 체인 상의 의료 인프라 운영에도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현장 인력기준과 의료산업, 디지털헬스케어 전환 정책이 연동돼야 지속가능한 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의료계의 구조적 변환 요구가 실제 시장과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