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서버·전장 수요 탄력…삼성전기, MLCC·FC-BGA 체질개선에 주가 8% 급등

신채원 기자
입력

AI 서버와 전장 부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기 주가가 단기 급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3분기 실적을 통해 전장용 MLCC와 서버용 FC-BGA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이 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과 글로벌 MLCC 업황 회복 기대가 더해지며 향후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시선이 쏠린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19일 장중 기준 삼성전기 주가는 220,500원으로 전일 대비 8.09% 상승 중이다. 장 초반 20만원 초반대에서 대량 매수세가 유입되며 한때 221,500원까지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양상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21만2천원대에서 출발해 20만~22만원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했고, 저가는 20만1천원, 고가는 25만500원 수준이다. 52주 저점 10만5,600원과 비교하면 이미 상당 폭 회복한 구간에서 추가 재평가를 시도하는 흐름이다.

삼성전기[0091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삼성전기[0091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엇갈린 방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6거래일 기준 외국인은 11월 11일 약 6만주 순매수를 시작으로 중간에 매도 전환하는 날도 있었지만, 18일에만 약 7만주에 가까운 매수를 기록하며 누적 기준 4만주 안팎 순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하루 10만주가 넘는 매도가 반복되며 20만주 이상 누적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개인 투자자가 이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매수 강화 구간에는 주가가 강하게 반등한 반면, 기관 대량 매도 시기에는 5% 안팎 급락이 동반되며 단기적으로 외국인 수급과 주가의 상관성이 부각되고 있다.

 

동일 업종 내에서 삼성전기 주가 탄력은 두드러진 편이다. 전자부품·기판 섹터 내 이수페타시스, LG이노텍, 대덕전자, 심텍과 비교하면 이날 상승률은 삼성전기가 약 8.1%로 가장 높고, 다른 종목들은 3~5%대 오름세에 그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16조4천억원 수준으로 코스피 전체 41위에 위치해 중형주 상단과 대형주 하단 사이에 자리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39% 안팎으로 경쟁 종목 대비 높은 편이어서 섹터 내 대표 수혜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보면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속에 이익 체력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연간 기준 매출은 2023년 8조8,924억원에서 2024년 10조2,941억원, 2025년 11조2,205억원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05억원에서 7,350억원, 8,87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은 2023년 7%대 초반에서 2025년 8% 수준으로 개선되고, ROE도 2023년 5%대 중반에서 2024년 8%대 회복이 점쳐진다. 다만 배당수익률은 0.81% 수준에 머물러 배당 매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현재 추정치 기준 PER은 20배 안팎, PBR은 1배 초중반이다. 동일 업종 평균 PER이 80배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할인 구간에 속하지만, 6개월 사이 주가가 80% 안팎 상승한 영향으로 과거 대비 프리미엄이 일부 회복된 상태라는 평가다. 부채비율 40% 안팎, 당좌비율 100% 이상, 높은 유보율 등 재무지표는 안정적 수준을 보이며 업계 상위권 재무건전성이 확인된다.

 

주가 방향성을 바꾼 직접적인 촉매는 3분기 실적이었다. 삼성전기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약 2조9천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대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 10% 중반대 증가율을 달성했다. 컴포넌트 부문에서 전장용 MLCC와 서버·고사양 IT향 MLCC 비중이 확대돼 전년 대비 약 15%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패키지 기판 부문도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향 FC-BGA 수요가 전체 수익성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IT 세트 수요 둔화를 고부가 제품 믹스 개선으로 상당 부분 상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MLCC 사업에서는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가 재평가 논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PC 중심이던 MLCC 사업을 AI 서버와 전장용 고용량·고신뢰성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AI 서버와 전기차·ADAS용 MLCC 가동률이 100%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무라타 등 글로벌 경쟁사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서버와 전장향 수요를 기반으로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가이던스를 제시한 점도 업황 신뢰도를 높이는 재료다. 이에 따라 MLCC 산업 전반의 수요 회복과 가격 협상력 개선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AI 서버와 전장용 고부가 MLCC를 동시에 공급하는 삼성전기가 업계 리레이팅 효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는 종목으로 거론된다.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는 FC-BGA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회사는 서버 CPU와 GPU,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대면적·고다층 FC-BGA 생산능력을 확대해 왔고, 현재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내 FC-BGA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CPU·GPU 등 고성능 칩 수요가 늘고, 이를 지지하는 고난도 패키지 기판 수요도 동반 증가하는 구조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기의 FC-BGA 수주잔고가 2027년까지 사실상 풀북 상태에 가깝다고 분석하며,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자체 AI 칩과 ASIC향 기판 공급 확대가 중장기 성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본다.

 

전장 사업 강화도 중장기 성장 스토리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삼성전기는 최근 중국에서 열린 전장 부품 기술 행사에서 전장용 MLCC뿐 아니라 카메라 모듈과 전장용 패키지 기판 등 포트폴리오를 집중 소개하며 현지 전기차·ADAS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상태에서 카메라 모듈과 전장용 기판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 공급을 통해 전기차·자율주행 시장 내 입지 강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필리핀 등 해외 생산 거점 확장을 통한 MLCC 증설도 병행되고 있어 AI 서버와 전장 수요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지는 구도다.

 

증권사 리포트는 최근 주가 상승세에 무게를 더했다. 11월 들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기존 27만원에서 30만~32만원대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교보증권은 AI 서버용 FC-BGA 장기 수주 가시성이 높고, 비수기인 4분기에도 성수기 수준 실적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했다. 유진투자증권 등은 AI 서버와 전장용 MLCC 가동률이 사실상 풀가동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MLCC와 FC-BGA 모두 구조적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평가가 단기적으로는 수급 개선, 중장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상향 기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뉴스와 테마 측면에서 삼성전기는 전자부품·MLCC 대표주이면서 AI 서버,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전기차·자율주행, 전장 카메라 모듈 등 복수의 성장 테마가 중첩된 종목이다. 생성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 전기차와 ADAS 보급 확대는 모두 삼성전기의 핵심 제품 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도 단기 이슈보다는 이러한 구조적 성장 스토리에 대한 재평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실적, 목표주가 상향 뉴스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장 전체를 이끄는 최상위 반도체 대형주와 달리 전자부품·기판 섹터 대표주라는 한계가 있어, 업종과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도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동일 업종 내 상대 평가에서는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드러난다. 영업이익 규모와 수익성은 LG이노텍, 이수페타시스, 대덕전자, 심텍 등 주요 경쟁사 대비 우위로 평가된다. 외국인 지분율 39% 수준도 동종 업체 중 높은 편이어서 글로벌 자금 유입 시 우선적으로 선택될 여지가 크다. 반면 PER 20배 안팎은 이수페타시스보다는 낮지만 일부 종목 대비 높게 형성돼 있고, 배당수익률이 1% 미만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 1년간 주가가 큰 폭 상승한 만큼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확장은 실적 상향과 산업 성장 스토리의 추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망과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단기와 중기를 구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20만원 초반대에서 강한 매물 소화가 진행되는 만큼 이 구간이 지지선으로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한 달 저점인 20만1천원이 유지될 경우 증권사 목표주가 상향과 AI 수요 모멘텀을 바탕으로 22만~23만원대를 넘어 24만~25만원 박스권 재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반대로 20만원 초반 지지에 실패하면 단기 차익 실현과 기관 매도 강화가 맞물리며 19만원대까지 조정 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기적으로는 지난 6개월 동안 80% 이상 상승한 이력이 부담 요인이지만, AI 서버와 전장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FC-BGA와 MLCC 증설 효과가 마진 개선으로 연결되는지가 확인될 경우 추가 목표주가 상향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급등 구간에서의 추격 매수보다 조정 시 분할 매수, 목표가 대비 괴리율과 외국인·기관 수급을 함께 점검하는 전략이 보다 보수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리스크 요인도 뚜렷하다. 글로벌 반도체와 IT 수요는 경기와 금리,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AI와 전장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 MLCC와 FC-BGA 증설이 재고 부담 확대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요 고객사의 투자 계획 변화, 경쟁사의 공격적인 증설, 전기차 보급 속도 둔화 등도 전장향 수요에 부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이 매도 우위로 전환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이미 1년 사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만큼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삼성전기 주가와 밸류에이션 흐름은 AI 서버 투자 사이클과 전기차·ADAS 확산 속도, FC-BGA와 MLCC 실적 가시성 등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 수급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지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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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mlcc#fc-b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