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 스테이블코인 2,600억 달러 파장”…통화 주권 흔들림 경고→각국 정책 대전환 예고
새벽 도시의 빛이 투명하게 퍼지는 시각, 자본의 흐름이 국경을 넘는 국제 금융 무대에서 다시금 깊은 울림이 감지됐다. 국제결제은행은 2,600억 달러를 넘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부상에 서늘한 경고장을 내밀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연례보고서 초안에서 국경 없는 자산 이동과 불완전한 담보 체계가, 각국 통화 주권을 서서히 잠식할 수 있다고 울렸다. BIS의 한밤 목소리는 세계 금융 중심지마다 낡은 도량형을 흔드는 그림자로 남았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름처럼 안정적일 것만 같지만, BIS는 그 환상에 질문을 던진다. 현재 시장 내 99% 자산이 미국 달러나 금 등 특정 기반에 연동돼 있으며, 그 담보로는 미국 국채가 주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BIS는 스테이블코인 유통이 달러화와 미국 국채 수요를 부추기며 이상적인 국제 결제 질서에 단층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례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처럼 ‘무조건적 수용’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규제에 뚫린 틈이 결국 금융 시스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꼬집었다.

BIS 조사국장 신현송은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결제 네트워크의 안정감과 달리, 발행자별로 다양한 환율과 위험에 취약하다"며, 2022년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루나의 붕괴를 예로 들었다. 그 날의 기억처럼, 불투명한 담보와 빠른 환매는 금융 시장에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부른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이 시장이 전통 사설은행과 유사 구조로 움직이며, 금세 신뢰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내재적 위험성을 강조한다.
문제는 규제 회피 행동 또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집계상 전 세계 시가총액 67%를 차지한 테더는 유럽연합의 라이선스 도입 이후 EU 시장에서 이탈했다. BIS 안드레아 메클러 부총재는 "스테이블코인 담보 자산의 투명성 부족은 투자자에게 영원한 불안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담보 자산의 진정성·가치에 대한 의문이 오롯이 시장 참여자들의 몫으로 남는 셈이다.
BIS는 이러한 리스크에 맞서 각국 중앙은행이 준비금, 상업은행 예금, 정부 채권을 한데 엮은 ‘통합 원장’ 기반 법정화폐 토큰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법정화폐의 글로벌 결제 주도권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마지막 도락이라는 경고다.
미국 정계의 흐름 또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17일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담보 규제를 강화한 ‘지니어스법’을 통과시켰고, 이를 씨앗 삼아 시장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밀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고민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시장의 속도가 민첩한 만큼 각국 통화주권과 금융안정성을 향한 긴장감 어린 감시가 절실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국경을 넘어 흐르는 돈의 물결 아래, 법정화폐와 새로운 자산이 공존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