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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 골목과 들판”…청주에서 느끼는 문화 산책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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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 골목과 들판”…청주에서 느끼는 문화 산책의 고요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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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쁜 도시를 잠시 벗어나 골목과 들판, 박물관을 천천히 걷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여행이란 멀리 떠나는 낯선 일이었지만, 지금은 익숙한 일상 가까이에서 계절의 흐름과 문화를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휴식이 됐다.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쬔 15일, 청주시는 맑은 하늘과 쾌적한 공기를 뽐냈다. 기온은 27.1°C로 야외에 머물기 좋았고, 고요한 북서풍은 걷는 이들의 뺨을 가볍게 스쳤다. SNS에도 수암골 벽화 골목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는 풍경, 정북동 토성의 고즈넉함 속 산책을 즐기는 인증샷이 자주 보인다.  

감성이 묻어나는 수암골 골목은 우암산 자락에 조용히 자리잡았다. 한국전쟁을 거친 시간이 아직도 골목 담장에 남아 있지만, 섬세한 벽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잘 알려진 풍경은 누구에게나 포근한 휴식을 선사한다. 거친 숨결 뒤로,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부부, 벤치에 나란히 앉은 친구들, 그리고 똑같이 사진을 찍으며 웃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정북동 토성은 삼국시대의 역사를 품은 평지 토성이다. 울창함 대신 넓게 펼쳐진 들판과 토성의 실루엣은 붐비지 않아, 산책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평온을 느끼게 한다. 직접 걸어보니 과거의 오랜 흔적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몇 번이고 들리고 싶은 골목이 됐다”는 현지인들의 말이 자연스럽게 공감된다.  

자연과 역사를 함께 품은 청주는 국립청주박물관도 빠질 수 없다. 고고실과 미술실, 그리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의 미감은 발길을 머물게 만든다. “실제로 유물을 마주할 때마다, 오래된 시간 속 작은 반짝임이 내 일상에도 번진다”고 방문객들은 고백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생각보다 한적해서 더 좋았다”, “벽화골목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나만의 쉼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높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삶의 방향은 이런 계절 산책과 문화 체험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번 가을, 청주에서의 느린 산책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가 돼줄지 모른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청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청주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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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수암골#국립청주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