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내세운 LG유플러스 임원개편…AI B2B 드라이브 강화
AI 전환을 앞세운 통신 업계 재편 속에서 LG유플러스가 임원 인사를 통해 조직의 축을 AX로 이동시키고 있다. AI 기반 컨택센터와 데이터센터, AI 통화앱 등 신규 성장축에 인재를 집중 배치하면서, 동시에 재무와 인사, 기술 조직의 리더십을 재정비해 통신 본업의 수익성과 체질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중장기 AI 서비스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부사장 승진 3명, 전무 승진 1명, 상무 신규 선임 7명 등 AX 중심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중장기 성장을 이끌 핵심 키워드로 AX를 내세우며, AI 기반 신규 사업과 통신 본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인재 배치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AX는 AI 전환을 의미하는 LG유플러스의 전략 키워드로, 통신 네트워크와 플랫폼, 고객 접점 서비스 전반을 AI 기반으로 재구성해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방향을 담고 있다. 통신사가 단순 회선 제공을 넘어 AI 서비스 사업자로 포지셔닝을 바꾸는 흐름 속에서, 이번 인사가 조직 차원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승진 임원 면면을 보면 AI 중심 B2B 사업 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무선 B2B 통신 사업을 총괄하며 AICC와 AIDC 등 AI 기반 포트폴리오 전환과 성장을 이끌어온 권용현 기업부문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AICC는 AI 컨택센터로, 상담 업무를 음성·텍스트 AI로 자동화하는 플랫폼이며, AIDC는 AI 워크로드에 특화된 데이터센터로 연산 집약형 AI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다. 두 영역 모두 통신사들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경쟁·협력해야 하는 전략 요충지로, 책임자의 승진은 사업 비중 확대 신호로 읽힌다.
핵심 관리 조직의 수장도 부사장으로 격상됐다. 재무와 위기 관리 조직을 이끄는 여명희 CFO 겸 CRO는 투자 효율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인사 전반과 노경 협력을 총괄하는 양효석 CHO는 AI 인재 확보와 조직 재설계를 각각 책임지는 위치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AI 인프라와 서비스 전환에는 대규모 선행 투자와 중장기 손익 관리가 수반되는 만큼, 재무와 인사 수뇌부를 동시에 끌어올린 결정은 공격적 투자와 보수적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맞추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기술 리더십 강화도 눈에 띈다. MSA 전문가로 평가받는 정성권 IT·플랫폼빌드그룹장은 전무로 승진했다. MSA는 거대 서비스를 잘게 쪼개 독립적인 마이크로 서비스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설계 방식으로,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붙이고 떼어낼 수 있어 AI 기능을 유연하게 적용하기 적합한 아키텍처로 꼽힌다. 통신과 플랫폼 서비스를 MSA 기반으로 전환하면, AICC나 익시오 같은 AI 서비스의 출시·개선 속도를 기존 모놀리식 구조 대비 대폭 높일 수 있어, 이번 인사는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AX 전략을 뒷받침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일선 사업 실행 책임자들의 상무 신규 선임 역시 AX와 통신 본업 강화를 두 축으로 묶고 있다. 전략기획, 무선기술, 충청권 영업 등 통신 코어 영역의 담당자들이 승진한 동시에, CV 담당 겸 AICC 상품개발 태스크 PM, 에이전트·플랫폼 개발 랩장 겸 익시오 테크 담당, C TF PM 등이 상무로 선임됐다. CV는 고객 가치 관점에서 서비스와 요금제를 재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AI 기반 고객 경험 고도화와 직결된다. AICC 상품개발과 익시오 개발 조직의 책임자 승진은 구체적인 AI 상품 라인업을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로 연결된다.
LG유플러스가 전면에 내세운 익시오는 AI 통화앱으로, 발신자 정보 분석과 자동 응답, 통화 내용 요약 등 통화 경험 전반을 AI로 재구성한 서비스다. 이 앱은 개인 고객뿐 아니라 B2B 영역에서도 콜 관리 자동화 수단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AICC와 연계할 경우 컨택센터 상담 이력과 고객 통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기업 고객의 고객 경험 관리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이번 인사는 글로벌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통신사가 AI를 통해 네트워크 운영 자동화와 고객 서비스 최적화,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컨택센터와 데이터센터, AI 콜봇 서비스는 통신 3사와 IT 플랫폼 기업이 동시에 뛰어든 격전지다. LG유플러스가 AX를 전면에 내세운 인사를 단행한 것은, 네트워크와 B2B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서비스 수익 모델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AI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규제, AI 의사결정 투명성 확보 같은 과제도 커지고 있다. AICC와 익시오 같은 서비스는 통화 음성, 상담 내용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규제 당국 기준에 맞춘 보안 설계와 내부 통제 체계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무와 리스크 관리 조직의 리더십을 동시에 끌어올린 배경에는, 이런 규제 환경 속에서의 사업 확장 전략 수립 필요성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유플러스의 이번 인사가 단순한 직제 개편을 넘어, 통신에서 AI 서비스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사별 AI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AX 인사 카드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산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