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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방출대기”…리치 힐, MLB 15번째 팀 도전→역대 최다 기록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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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방출대기”…리치 힐, MLB 15번째 팀 도전→역대 최다 기록 눈앞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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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처럼 깊은 눈빛을 지닌 리치 힐이 다시 던질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방출대기를 통보받은 이 베테랑 투수가 남은 길을 쫓으며, 기록과 의지의 경계에서 또 한 번 인생의 분기점을 맞았다. 45세, 그리고 15번째 메이저리그 구단 도전, 야구의 시간은 그를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4개 구단을 거친 리치 힐이 3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방출대기 절차에 들어갔다. MLB닷컴은 한국시간 30일, 캔자스시티가 힐에게 DFA(지명할당) 조치를 내렸다고 공식 전했다. 지금까지 컵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미네소타 트윈스,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메츠, 피츠버그 파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캔자스시티까지 총 14개 팀을 거쳤다.

“45세 방출대기”…리치 힐, 15번째 MLB 구단 신기록 도전 / 연합뉴스
“45세 방출대기”…리치 힐, 15번째 MLB 구단 신기록 도전 / 연합뉴스

올 시즌 힐은 캔자스시티에서 2경기 등판하며 2패, 평균자책점 5.00을 기록했다. 7월 23일 시카고 컵스전에서는 5이닝 6피안타 3실점(1자책)을 내줬고, 7월 2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는 4이닝 동안 3피안타 4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 결과만큼이나 기록의 상징성도 묵직하지만, 이번 시즌의 부진은 힐에게 다시 한번 마지막 관문을 남겼다.

 

무엇보다 힐은 에드윈 잭슨과 함께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구단 등판' 타이기록을 썼다. 앞으로 다른 구단에서 영입 의사를 밝혀 등판하게 되면,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한 투수가 15개 구단에서 마운드를 지키는 진귀한 복수 기록을 쓸 수 있다. 힐은 웨이버 공시 후 48시간 내 다른 구단이 영입을 요청하면 신기록에 도전할 수 있지만, 새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방출 혹은 마이너리그 강등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MLB닷컴은 힐이 마이너리그 잔류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산 2003년 데뷔 후 21년 동안 힐은 각 구단에서 다양한 시기, 다양한 무게의 시간들을 지나왔다. 지난해 11월 두산 베어스와의 계약이 메디컬 테스트 불발로 무산되며 잭 로그가 대신 계약하는 등 마이너리그, 해외 무대까지 오갔던 토머스 해치가 힐의 공백을 메우게 됐다. 해치는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8경기, 5승 6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45세의 시간이 담긴 팔, 매 경기 적어내린 마운드 위의 각오. 리치 힐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에는 진한 응원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힐의 여정이 새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지, 별이 지는 계절로 남을지. 모든 대답은 앞으로 48시간,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진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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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힐#캔자스시티로열스#m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