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도 약사 PB 시대 유한양행 실속형 8종 출격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약국 채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약사가 약사 단체와 손잡고 약국 전용 제품을 내놓으며 대형 온라인몰과 홈쇼핑에 쏠렸던 수요를 오프라인 상담 기반으로 되돌리려는 흐름이다. 약사가 직접 제품 기획에 참여한 실속형 라인업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대용량 위주의 유통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약국 중심 헬스케어 플랫폼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27일 약국용 실속형 건강기능식품 8종을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대한약사회와 체결한 공동개발 업무협약 이후 나온 첫 결과물로, 약사의 전문성과 소비자의 가격 부담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 약국 전용 제품군이다. 전국 약국에서 한 달 사용 기준 패키지로 공급되며, 제형은 연질캡슐과 정제, 분말 등으로 다양화했다.

제품 구성은 기본 케어와 특화 케어 두 축으로 나뉜다. 기본 케어 라인에는 루테인지아잔틴과 아스타잔틴을 함유한 눈 건강 제품 유한루테인지아잔틴, 고함량 칼슘을 제공하는 유한K2칼슘, 밀크씨슬을 중심으로 한 간 건강 제품 유한밀크씨슬, 비타민D3 2000IU와 비타민 K1 K2를 결합한 뼈와 토탈케어용 유한고함량D3K2 등 4종이 포함됐다. 일상적인 영양 밸런스를 보완하면서 약국 상담을 통해 개인별 복용 전략을 짜기 쉽도록 설계된 구성이 특징이다.
특화 케어 라인은 기능성 소재를 앞세운 집중 관리 제품이다. 인지력 개선을 표방한 유한포스파티딜세린, 피부 탄력과 수분에 초점을 맞춘 유한콜라겐, 리포좀 제형을 적용해 글루타치온의 체내 흡수 효율을 높였다는 유한글루타치온, 식물성 멜라토닌과 테아닌 배합으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를 겨냥한 유한멜라토닌 등 4종이다. 특히 리포좀 형태 도입과 식물성 멜라토닌 채택은 기능성 원료를 강조하는 최근 시장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를 노린 대목으로 해석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온라인 채널과 홈쇼핑 중심의 대용량 패키지 경쟁이 거세지만, 복수 제품을 장기간 복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전문 상담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한양행과 대한약사회는 약국을 신뢰 기반의 헬스케어 거점으로 재정의하고, 눈 간 뼈 두뇌 수면 피부 등 생활 밀착 영역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로 재방문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약국 체인이 자체 브랜드 건강기능식품을 확대해 마진 구조 개선과 고객 락인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이 강화돼 왔다. 이번 유한양행의 약국 전용 실속형 라인업도 국내 약국의 PB 전략과 유사한 모델로, 대형 유통 플랫폼에 대한 종속도를 줄이고 약사 상담을 기반으로 한 차별적 가치를 만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이 아닌 만큼 효능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와 실제 체감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인지 기능이나 수면 개선처럼 주관적 지표가 큰 영역에서는 복약지도 수준의 설명과 섭취 기간, 병용 주의 사항 등에 대한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유통 채널이 약국인 만큼, 기능성 표시 기준과 광고 심의 등 규제 준수 책임도 약사와 제조사가 함께 부담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약국 중심 건강관리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약국은 소비자가 믿고 찾는 공간이라며, 약국용 실속형 건강기능식품 8종이 약사의 전문성과 복약지도를 통해 소비자 건강 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라인업이 실제 판매 데이터와 재구매율로 검증될 경우, 제약사와 약사 단체 간 공동 기획형 건기식 모델이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