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초기 위장관 장애 예측”…순천향대, 인지저하 위험 판별 신호
파킨슨병 초기 환자의 자율신경 기능 장애가 인지저하 예측의 새로운 신호로 떠오르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경과 연구팀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다양한 자율신경 기능 중 특히 위장관계 기능 장애가 파킨슨병 초기 인지 기능 저하와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예측 치료 분야에서 ‘질환 전주기 관리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순천향대 서울병원 파킨슨병 등록부에 포함된 82명의 신규 진단 환자 임상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경도 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그룹과 정상 인지 그룹으로 나누고,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자율신경 기능 평가 척도(SCOPA-AUT)를 적용해 증상과 점수 차이를 비교했다. 인지장애 환자군은 자율신경 기능 장애 점수가 5배, 위장관 장애 점수 역시 4배 높았다. 특히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검사 점수와 자율신경계 점수의 역상관 관계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SCOPA-AUT는 소화기, 심혈관, 비뇨기, 발한, 혈압 등 전신 자율신경계 이상을 세분화해 진단하는 기관별 평가 도구다. 순천향대 연구팀은 이번 활용을 통해 위장관 등 개별 항목별 스코어가 실제 인지저하와 직결된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했다. 이는 기존 파킨슨병 임상 현장에서 주로 운동 기능 저하 위주로 이뤄진 평가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결과로 해석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 세포 파괴로 인한 운동 장애에 국한되지 않고, 인지저하, 수면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등 비운동성 증상이 일찍부터 동반된다. 특히 조기 인지저하는 정상 노화와 구별이 어려워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신경계 기능 평가가 새로운 표적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도 최근 파킨슨병 환자의 자율신경 장애와 인지저하 연계성을 확인한 연구가 연이어 발표됐다. 다만 신경계 다기관 평가 도구를 조기 활용해 진단 정확도와 치료 예측성을 끌어올린 점은 국내 연구 중 드문 성과다.
한편, 관련 임상 데이터 활용에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연구윤리 승인이 필수다. 이번 연구는 후향적 분석이라는 한계와 단일기관 소규모 데이터의 제한점이 있으나, 식약처 기준 파킨슨병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 후보 선정의 기초 자료로 인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권겸일 교수는 “신생 파킨슨병 환자에서 자율신경 기능장애와 인지저하 사이의 유의성을 처음 수치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주병억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는 개별 환자 특이 증상에 맞는 다각적 진단과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질적인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법 확립에 기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규제·윤리의 조화를 통한 환자 중심 진단 체계 마련이 후속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