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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헤지 비중 4배 급증”…미국(USA) 자산 투자, 환율 불안에 전략 수정
국제

“달러 헤지 비중 4배 급증”…미국(USA) 자산 투자, 환율 불안에 전략 수정

이도윤 기자
입력

현지시각 16일, 글로벌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USA) 주식에 투자할 때 환 헤지 전략을 대폭 강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약 3개월간 70억달러(약 9조7천억원)에 달하는 해외자금의 80%가 환 헤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되는 등, 달러 약세 불안에 따른 대규모 헤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달러화의 변동성과 약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나타난 것이다.

 

도이치뱅크 분석에 따르면 연초만 해도 미국 주식과 관련된 ETF 투자 중 환 헤지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그 수치가 4배 가까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 채권과 주식 투자에서도 환 헤지 자금이 환 노출 자금을 4년 만에 처음으로 앞질렀다. 투자자들은 기존에는 주식의 높은 마진 변동성 때문에 직접적 환 헤지 거래를 꺼려왔으나, 달러 불확실성이 커지자 방어적 전략으로 급격히 선회한 모습이다.

미국 자산 환 헤지 ETF 투자 80% 급증…달러 약세 불안 확대
미국 자산 환 헤지 ETF 투자 80% 급증…달러 약세 불안 확대

이러한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달러의 변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우려와 최근 뚜렷한 달러 약세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화는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비해 1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그 결과, S&P500 지수가 올해 12%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기준 실질 수익률은 2%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 노출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주요 연기금으로도 번지고 있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덴마크 연기금은 6월 말 기준 160억달러 상당의 달러 노출을 줄여 전체 노출 규모를 760억달러로 감소시켰으며, 네덜란드 연기금 역시 올해 초부터 달러 헤지 비중을 확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설문에서는 투자자의 38%가 달러 약세를 염두에 두고 헤지 포지션 확대를 검토 중인 반면, 달러 강세에 대비한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JP모건의 글로벌 외환 전략 책임자 미라 찬단은 “지금은 ‘미국 자산 매도’ 시기가 아니라, ‘달러 헤지’ 강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오히려 이런 대규모 헤지 수요가 달러 약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 후 일시적인 미국 증시 조정과는 달리,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 헤지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S&P500 반등과 별개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ETF를 통한 헤지성 투자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최근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환 헤지 확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독특하고 이례적인 흐름임을 진단하며, 과거에는 보기 드물었던 투자 방식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과 달러화의 선순환 구조가 올해 들어 환율 불안과 헤지 수요 증가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글로벌 투자 지형과 미국 자산 선호도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앞으로 달러 약세와 환 헤지 전략의 효용성을 둘러싼 글로벌 금융시장의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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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환헤지etf#달러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