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5 연중 최고치 돌파”…코스피, 외국인 9천768억 매수 힘입어 나흘 랠리
뜨거운 여름의 초입, 코스피는 다시 한 번 그 기세를 드러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855.77로 장을 마감하며, 전일보다 43.72포인트(1.55%) 상승했다. 이로써 지수는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중 최고치, 그리고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점이라는 이정표에 도달했다. 장중에는 한때 2,867.27까지 치솟으며 새로운 기록을 예고했다.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외국인 자금이 자리했다. 외국인은 9천768억 원어치를 쓸어 담았으며, 4거래일째 순매수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최근 3일간 매수 규모는 매번 1조 원에 육박해 풍부한 유동성과 대담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천297억 원, 7천215억 원을 순매도하며, 그간 쌓였던 평가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대장주들은 랠리의 선봉에 섰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1.18% 상승하며 5만9천800원에 안착했고, SK하이닉스는 장중 23만 원대 재진입을 시도한 끝에 2.00% 올라 22만9천 원에서 장을 닫았다.
자동차와 금융주는 긴 침묵을 깨고 강하게 반등했다. 현대모비스는 무려 10.04% 급등했으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4.32%, 2.36% 오름세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4.14%, 5.58%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국인의 매수 랭킹에는 삼성전자(3,093억 원), 현대차(1,015억 원), SK하이닉스(963억 원), HD현대일렉트릭(488억 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증시를 관통한 상승 동력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짙게 배어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거론된 상법 개정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아울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정책실장으로 선임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대 전망이 넓어졌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상한가(29.92%)에 도달했고, 카카오뱅크(20.21%), 카카오(16.03%) 등 카카오그룹주 및 한화투자증권(9.26%), 우리기술투자(7.66%) 같은 암호화폐 관련주도 동반 질주했다. 자진 상장폐지 소식이 전해진 신성통상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반면, 일부 종목에는 냉온탕이 교차했다. 엘앤에프는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 하향 여파로 9.51% 내렸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각각 2.06%, 2.01%의 조정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IT서비스(4.91%), 오락문화(4.37%), 전기가스(3.71%), 증권(3.43%), 종이목재(3.34%), 금융(3.01%), 운송창고(2.15%)가 강세를 주도했고, 은행과 부동산은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권에 머물렀다.
코스닥 시장 역시 상승의 발걸음을 같이했다. 지수는 7.98포인트(1.06%) 올라 764.21에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 시장에서도 1,516억 원을 사들이며, 위험자산 선호 기조를 이어갔다. 제약주들—알테오젠(5.16%), 파마리서치(4.59%), 휴젤(5.35%), 에이비엘바이오(5.01%), 펩트론(2.16%), 삼천당제약(1.05%)—은 저마다 푸른 불씨를 피웠다. 반면, 최근 시장의 중심축이었던 2차전지 테마는 에코프로비엠(-3.95%), 에코프로(-2.32%), 엔켐(-4.94%) 등 조정 양상을 연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3조9,673억 원, 코스닥은 7조5,535억 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프리·정규마켓 거래대금이 처음으로 8조 원을 넘어서며 시장의 다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리마켓 거래대금은 1조7,477억 원, 정규마켓은 6조 원대를 이틀 연속 유지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2.0원 내린 1,356.4원에 거래를 마쳐, 증시 상승과 맞물린 위험자산 선호 효과를 드러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소액주주 소외와 지배구조 문제 해소 기대가 정책 방향에 반영되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 역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돌이켜보면, 증시 랠리의 기운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서사를 담고 있다. 거센 외국인 매수세와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흐름을 이끌었으나, 2차전지 등 개별 성장주의 변동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투자자들에게는 정부 정책 변화와 글로벌 증시 환경, 그리고 업종 간 엇갈린 흐름을 주의 깊게 살피는 일이 요구된다. 다음 주에는 외국인 자금의 발걸음과 정책 효과 지속 여부가 한국 자본시장의 또 다른 시나리오를 그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