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도입 확대”…제약업계, 생산 혁신과 현장 괴리 감지
스마트팩토리와 연속 제조공정 등 첨단 제조기술이 국내 제약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성과 품질 향상 등 기술 도입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현장과 기술 간 괴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 기업들의 생산성은 40.2% 오르고, 불량률 및 생산원가는 각각 72.3%, 52.9% 감소했다. 대웅제약, 보령, 한미약품, 제일약품 등 주요 제약기업들은 오송, 예산, 팔탄, 백암공장 등에 스마트 오피스, 디지털트윈 등 ICT 기반 공정을 구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역시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생산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데이터 분석·실시간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특히 기존 기계자동화 수준을 넘어 공정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품질 예측, 생산 스케줄 최적화 등 고도화된 프로세스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 제약사 상당수는 첨단기술의 현장 정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전평 대웅제약 오송센터장은 “현실과 스마트팩토리 간의 괴리가 크다”며, 품질문서 자동화, QbD(설계 기반 품질 고도화)와 CPV(공정성능검증)의 적용도 시범적 단계라고 분석했다. 소진언 LG화학 CMC연구소장 역시 “연속 제조공정(Continuous Manufacturing)의 경우 미국과 유럽 대형 제약사는 이미 신약 승인을 받아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는 기술개발과 적용 사례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속 제조공정은 배치방식처럼 생산을 멈추지 않고 공정을 이어가, 품질 변동을 최소화하면서 생산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정제(알약) 생산에 적용할 때 오염 우려와 공정 중단을 줄이고, 전체 생산시간을 단축시킨다. 글로벌 기업인 버텍스, 얀센, 화이자 등은 CM 방식의 신약 생산을 본격화해 기술격차를 벌리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데이터 표준화, 첨단기술 인프라 확대, 신뢰성 높은 AI 활용, 전문 인재양성, 세제 혜택 등 입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경원 서울대 교수는 “정부 예산 확충과 각 부처 간 역할 분담, 식약처의 규제 일관성이 기술 정착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정책이 현장 구석구석까지 내려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의약품 제조현장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제약산업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계는 스마트팩토리와 연속 제조공정 등 첨단기술이 실제 생산 라인에 안착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