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비상대응 협력센터 첫 지정…식약처, 글로벌 위기 컨트롤타워로
식품안전 비상사태에 대한 글로벌 대응 체계가 한층 고도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규제 기관이 국제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보건기구 WHO로부터 식품안전 비상대응 분야 협력센터로 공식 지정되며, 전 세계 식품 위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위기 관리 역량을 전파하는 컨트롤타워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지정이 식품안전 관리 패러다임을 국가 단위에서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 체계로 확장시키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가 지난 11월 6일 자로 식약처를 식품안전 비상대응 분야 협력센터로 지정한 데 따라, 27일 본부 청사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린다. WHO 협력센터는 WHO가 전 세계에 두는 기술 협력 거점인데, 식품안전 비상대응을 전담하는 협력센터는 식약처가 세계 최초 사례다.

이번 지정 배경에는 식약처가 지난 10여 년 동안 국제식품안전당국 네트워크 인포산 INFOSAN을 지원해 온 성과가 작용했다. 인포산은 2004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와 WHO가 공동 설립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식품안전 비상사태나 위해식품 발생 시 각국 규제 당국이 위해제품 정보, 유통 경로, 회수 조치 등을 신속하게 공유해 피해 확산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현재 약 188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세계 식품안전 위기 대응의 백본 네트워크로 평가된다.
협력센터로 지정된 식약처의 주요 역할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먼저 WHO와 협력해 인포산 회원국 담당자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이슈 비상상황 대응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 시뮬레이션 훈련, 국가별 위기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공유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각국의 식품안전비상대응계획 FSER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이다. FSER은 식품 위해 발생 시 단계별 의사결정 체계, 데이터 수집 방식, 리콜 절차를 표준화한 일종의 위기 대응 매뉴얼로, 정보기술 인프라와 연계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세 번째는 인포산 회원국 간 협력과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한 글로벌 또는 지역 회의 지원이다. 정례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국가별 디지털 추적 시스템, 검사 기술, 리스크 평가 모델 등을 공유해 공통의 기준선 마련을 돕는 역할이다.
특히 이번 지정은 우리나라가 구축해 온 식품안전 관리 체계와 데이터 기반 위기 대응 역량을 WHO가 공식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는 위해식품 유통 이력 추적, 수입식품 검사 고도화, 해외 위해정보 상시 모니터링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관리 모델이 이미 상당 부분 자리 잡은 상태로, 이러한 경험이 글로벌 표준 논의에도 직접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는 협력센터 활동을 통해 K푸드 안전성에 대한 국제 신뢰도를 끌어올려 수출 경쟁력 역시 간접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번 WHO 협력센터 지정을 두고 우리나라 식품안전 비상대응 관리체계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기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식품안전 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향후에도 국내외 식품 관련 위해 정보를 더욱 신속하게 파악하고 위기 대응 역량을 고도화해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지키는 동시에, 식품안전사고 대응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센터 출범이 실제 글로벌 위기 현장에서 어느 수준의 성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