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2.0 시대 본격화"…IITP, AI R&D·인재 재편 구상
인공지능이 추론과 예측 중심의 도구에서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자율적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AI 전환 AX 2.0이 국가 전략 경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이끄는 차세대 생산성 혁명 흐름 속에서 기술 주권과 연구개발, 인재 전략을 어떻게 재편할지 중장기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논의가 국내 AI 생태계가 스케일업 정체를 돌파하고 선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은 19일 한국방송통신대 열린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공지능이 가야 할 길 인공지능전환 AX 2.0 시대, 혁신생태계와 인재 양성의 신 패러다임 세미나에서 AI 미래 국가를 위한 연구개발과 인재 전략을 제시했다. 행사는 한국정보처리학회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글로벌 AI 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의 지속 가능한 AI 국가 도약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홍 원장은 현재를 AX 1.0에서 AX 2.0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규정했다. AX 1.0이 데이터 분석과 패턴 인식을 기반으로 한 추론, 예측 중심 AI였다면 AX 2.0은 현실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로봇, 물류 자동화, 지능형 서비스 로봇 등 피지컬 AI가 실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복잡한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결합되면서 산업 현장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확산이 제조와 서비스 산업 전반에 새로운 생산성 혁명을 촉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설계와 생산, 품질 관리, 유지보수 전 과정이 AI 에이전트 중심의 동적 최적화 체계로 전환되는 구조다. 기존에는 고성능 모델 개발과 정확도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전력 효율, 비용 효율, 실환경 적용성 등 효율성과 활용성을 둘러싼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원장은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AI가 국가 주권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초거대 AI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 인프라가 결합된 체계가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좌우하는 만큼, R&D 투자 전략과 인재 양성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이 AI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로 AI 모델,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사이버보안, 차세대 네트워크, AI 융합서비스 등 6대 핵심 분야에서 확고한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 데이터, 알고리즘, 연산 인프라가 모두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중장기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둘째로 AX 2.0을 견인할 피지컬 AI 풀스택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습 인프라, AI 모델, AI 특화 반도체,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 계층을 연계해 통합 최적화를 이뤄야 초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공정이나 하드웨어, 운영체제, 미들웨어가 개별적으로 발전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과 센서, 네트워크까지 포함한 수직 통합형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셋째로 S급 혁신 인재와 현장 중심 AX 전문 인재를 동시에 키우는 이중 구조 인재 전략을 주문했다. 그는 AI 스타펠로우십과 AI SW 스타랩 같은 도전적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 연구자군을 형성하는 한편, AX 대학원과 분야별 특화 대학원을 확대해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고급 인력을 체계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세미나 첫 발표를 맡은 김진홍 정보통신기술 르네상스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AI 생태계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이 일정 수준까지는 성장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수준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스케일업의 덫에 빠져 있고, 민간 투자 규모가 글로벌 경쟁사 대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유망 AI 인재의 해외 유출이 겹치면서 장기 성장 동력이 약화될 우려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해법으로 정부 역할 전환을 제시했다. 규제와 예산 집행 중심의 시장 관리자에서, 전략적 위험을 떠안고 초기 수요를 만들어주는 시장 조성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AI 혁신펀드 조성, 글로벌 가치 사슬 참여를 전제로 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 AI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국민주 배분제 도입 논의,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본 글로벌 전략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AI 기업들이 내수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데이터, 인프라, 규제 측면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춘 환경 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단발성 지원을 넘어 장기간 지속 가능한 정책 안정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망 스타트업과 인재가 해외 생태계로 계속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IITP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가 AX 2.0 시대 도래에 맞춰 국가 AI 전략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술 주권 강화와 R&D 투자 재편, 전문 인재 양성, 정부 역할 전환 등 한국이 AI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정책 설계와 예산 배분, 규제 정비가 실제로 AX 2.0 생태계 조성에 맞춰 조정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