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김선옥, 옥천 복숭아내음 따라 피어난 50살 두 번째 봄→시린 세월에 던진 인생의 속삭임”
복숭아 향 그득한 충북 옥천 골목, 하루의 시작을 가장 먼저 열어젖히는 이름이 있다. ‘인간극장’의 김선옥은 세 손주의 할머니이자, 마을 사랑방처럼 머물 수 있는 미용실의 주인장이다. 동네 언니, 엄마, 누군가의 아내를 지나 이제는 아지트의 운명까지 품어 안은 쉰 살의 인생. 손끝에 깃든 익숙한 온기와 이웃과 나누는 소소한 웃음 사이, 김선옥의 하루에도 긴 그림자가 드리운다.
삼 남매를 제 자리에 보낸 뒤 어르신들의 부러움이 쏟아지고, 정작 ‘할머니’란 이름도 어느덧 본명이 돼버린 시간.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열었던 미용실 문이 이제는 자신의 존재, 꿈을 증명하는 공간이 됐다. 지역 미용협회 구역장으로 동네에 존경받으며, 누구보다 자신 안의 늦깎이 ‘꽃’을 가꿔가는 한 사람. 김선옥이 걷는 길에는 애틋함과 미안함이 동행한다.

이른 결혼, 수줍은 신부 시절부터 보수적인 남편 영섭과 겪어온 부부의 시련. 서로에겐 익숙함보다 쑥스러움, 오랜 침묵이 더 앞섰으나 시간이 그들 곁을 조용히 물들였다. 삼 남매를 모두 키워낸 뒤에야 애틋함이 번져, 남편 영섭은 아내를 배려하고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쉰 살을 맞으며, 각자의 흔적을 이해하고 다독인다.
엄마의 자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맏딸 혜은도 김선옥의 뒷모습에서 존경과 따스함을 배운다. 생계를 위해 뛰던 엄마가 미용실에서 웃음을 찾고, 다시 자신만의 삶을 여미는 모습은 딸에게도 단단한 삶의 기둥이 된다.
길고 짙었던 청춘의 그림자, 돌이킬 수 없는 옛 시절을 지나 늦깎이로 맞이한 두 번째 봄. 김선옥은 아내도, 엄마도, 할머니도 아닌 ‘여자 김선옥’의 이름으로 세상 앞에 선다. 미용실을 오가는 단골의 수런거림과 복숭아밭 저편 저녁 하늘이 따스하게 그녀를 품는다.
인생의 꽃은 때로 빠르게, 때로 천천히 피어난다. ‘인간극장’이 전하는 김선옥 가족의 이야기는 지난 시절의 상처가 한 송이 꽃잎이 돼, 오랜 기다림 끝에 진하게 퍼뜨린 향기가 무엇인지 조용히 알려준다.
한편, 이들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두 번째 봄날은 ‘인간극장’을 통해 9월 8일 월요일 오전 7시 50분에 시청자를 찾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