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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보상 원칙 강조”…한컴, 창사 첫 파업 여진에 IT업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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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보상 원칙 강조”…한컴, 창사 첫 파업 여진에 IT업계 주목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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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 사태에 직면했다. 연봉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간 입장 차이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IT산업 내 노동환경과 보상체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성과 중심 인사체계’와 ‘공정한 보상’ 논의의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컴노동조합은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쟁의 행위에 들어갔다. 약 160여 명의 조합원이 현장을 지킨 가운데, 올해 임금 인상률과 보상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10여 차례 교섭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한컴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6.9%의 임금 인상과 더불어 승진자에 대한 별도 인상분 반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기본급 5.8% 인상과 일시금 지급, 그리고 올해 신설된 성과보상금 등으로 실질 인상률이 9% 이상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특히 한컴은 최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존의 일률적 연봉 인상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보상 구조 재편에 나섰다. 분기별 성과자(MVP) 선별 및 즉시 보상, 탁월한 기여자를 위한 특별 보상 등이 새롭게 도입됐다. 회사는 이러한 변화가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전략임을 내세우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실력 기반 경쟁이 필요한 상황에서, 성과와 보상이 연동된 선순환 구조가 시장 경쟁력 확보의 필수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사측은 이번에 제시한 인상률과 보상안이 포털 및 게임사를 포함한 동종 IT 대기업 수준과 맞먹는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공정한 보상 문화가 미래 회사 성장의 열쇠임을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성과 보상을 이유로 기본급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은 임직원 전체의 사기를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이미 성과연동형 인사체계를 내세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컴도 외부 환경 변화와 내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한 셈이다.

 

현재 정부의 노동 정책과 산업 내 인재 확보 경쟁 심화로, 기업별 보상체계 변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컴 사례와 유사하게 업계 대기업들은 임금 인상, 성과보상, 직무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는 복합적 접근법을 모색 중이다. 단, 갈등이 길어질수록 조직 전체의 혁신 동력과 AI 기반 신성장 추진력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컴 관계자는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하는 문화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라며 “이 원칙 아래 직원들과 협의해 모두가 함께 성장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한컴의 보상체계 변화가 실제 조직 내 안착 여부와, IT 기업 전반의 성장 전략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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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파업#성과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