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지역 제한법 논란”…원격의료 업계 ‘의료 접근권’ 우려 커져
비대면진료 지역 제한과 약 처방 제한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원격의료 산업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역별 의료 인프라와 인구 분포, 접근성 등을 감안해 비대면진료권역을 따로 정하고, 소속 의료기관이 환자 거주 권역 내에 있을 때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등 진입 요건을 크게 강화했다. 업계는 “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해 도입됐던 제도가 오히려 후퇴한다”며, 국민의 치료 기회 위축과 산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동시에 경계하는 분위기다.
발의된 개정안은 특정 지역 내에서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다이어트약이나 탈모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의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1260만 건에 달하는 실제 비대면진료 경험, 그리고 복지부 통계상 심각한 의료사고가 없었다는 점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박했다. 업계는 특히 ‘동일 증상 재진 환자·섬거주자 등 제한적 대상을 지정’하는 방식이 보편적 의료 서비스 접근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국내 원격의료 생태계는 지난 5년간 팬데믹 상황에서 다양한 민간 플랫폼이 등장해 공공 역할을 보조했다. 실제로 한국의 원격의료 기술력은 2022년까지 미국 대비 2년, 중국 대비 3.3년 앞섰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1.5년으로 좁혀 우리를 추월했고, 국내 플랫폼 수도 10개 내외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시범사업 이후 썰즈, 파닥, 체킷, 바로필, MO, 메듭 등 주요 서비스가 종료 또는 위축되는 등 산업 전반의 위축세가 뚜렷하다.
특히 이번 규제 강화 논의는 글로벌 흐름과 상반된 방향으로, 미국·영국 등은 원격의료 활용을 보편화하고 있다. 미국 FDA의 원격의료 플랫폼 가이드라인, 독일 DiGA(디지털 헬스 애플리케이션 인증 체계) 등 해외는 규제와 상용화의 균형을 고민하는 반면 한국은 후퇴 논란이 커짐에 따라 기술 격차가 심화될 위험이 커진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향후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재유행 시 데이터 기반 민간 플랫폼 활용 경험은 공공의료를 보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규제 강화로 투자마저 위축될 경우, 저품질 서비스 위험과 함께 장기적으로 우리 의료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원격의료 기술의 글로벌 주도권 상실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정책적으로도 의료법 개정과 동반된 규제 권역 제한, 약 처방 통제 등은 후속 데이터 보호, 품질 검증 기준 등과의 충돌 소지가 지적된다. 업계는 “수천만 건의 실증 데이터와 팬데믹 학습 효과를 무시한 일률적 규제 강화는 국가적 성장 전략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며, 국회의 책임 있는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규제 강화가 실제 현장에 안착할지, 또는 의료 접근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유지하는 새 제도가 가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국 기술과 윤리, 그리고 산업 육성을 조율할 정책적 균형이 향후 원격의료 산업 성장의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