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무경험 유엔대사 보좌”…배종인, 주유엔 차석대사로 이례적 복귀
외교 경험이 전무한 차장 출신의 차지훈 신임 주유엔대사를 보좌하기 위해, 외교부가 1급 본부 요직 출신인 배종인 전 기획조정실장을 주유엔 차석대사로 중용하면서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년을 불과 3년 남겨둔 실장급 외교관이 5년 만에 같은 자리에 발령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외교부는 22일 자로 배종인 전 실장을 주유엔 차석대사로 임명했다고 23일 밝혔다. 배 차석대사는 이미 2020년 11월에도 같은 보직을 맡은 바 있어, 두 차례에 걸친 임명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현재 주유엔대표부에는 통상 본부 국장급(2급) 인사가 차석대사로 기용돼 왔다. 실제로 기존의 김상진 차석대사 역시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정책관(국장급)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장(1급) 경력의 배종인 전 실장이 발탁돼, 통상 인사관례를 뛰어넘는 조치라는 평가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차지훈 신임 대사가 외교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외교 현안 대응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중량감 높은 외교관을 투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주유엔대사는 다자외교의 정점으로 꼽혀, 대사 개인의 역량과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제기됐다.
차지훈 대사는 법조인 출신으로, 사법시험 28회와 사법연수원 18기를 졸업했고,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기수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변호인단으로 참여해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차 대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며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외교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외교부는 내부 신망이 두터운 배종인 전 실장의 재기용을 통해 안정감 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유엔대표부는 대한민국 다자외교의 핵심 전진기지인 만큼, 차석대사직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물을 배치해 외교적 공백을 최소화하려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조인 출신 대사의 임명 배경과 향후 국익 수호를 둘러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를 계기로 유엔 무대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대응력과 존재감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이번 인사로 향후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외교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외교 현장에서의 안정적 국익 관철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