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따라 산책, 전자카트 질주까지”…구름 낀 날씨 속 도심 여유와 체험이 피어난다
요즘 들어 도심에서 ‘쉬어가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나들이 하면 나서기 어렵거나 번거로운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취향껏 잠시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도시의 공간이 늘고 있다.
9월 17일, 구름이 가득한 고양시 일산. 햇살이 선선하게 내려앉은 오후, 일산호수공원에는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려는 발걸음이 모여든다. 동양 최대 규모의 인공 호수는 100여 종의 야생화와 20만여 그루의 수목으로 둘러싸여 계절별 변화가 뚜렷하다. 7.5km 산책로에는 물결과 바람이 어울려 흘러가고, 방문객들은 그저 호숫가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속도를 늦춘 자신의 하루를 발견한다.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가족, 연인, 친구가 나란히 달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 바퀴를 돌다 중간 지점 월파정에 오르면, 달맞이섬의 운치와 수평선 위로 흐트러지는 구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분함을 넘어서 활기도 궁금하다면 찬우물 체험 동물농장이 반긴다. 식사동에 위치한 이곳은 11,000여 평 숲속에서 아이와 어른 모두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 양들과의 먹이 주기 체험, 다양한 동물 가까이에서 바라보기, 곤충 만들기 등을 통해 일상과는 또 다른 감각이 깨어난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아이가 여기서는 먼저 손 내밀며 좋아했다”는 부모들의 후기가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이런 시간이라면 주말마다 오고 싶다”는 생각도 덧붙여진다.
색다른 스릴을 찾는다면 일산서구 산남로의 카나비스 전기 레이싱 카트장이 있다. 엔진 소리가 사라진 대신, 전기로만 달리는 카트의 부드러운 질주가 온몸을 감싼다. 남녀노소 누구나 헬멧을 쓰고, 트랙을 한 바퀴 도는 짧은 시간 동안엔 평소와 전혀 다른 속도감에 빠져든다. “시속 90km에 가까운 쾌감이 도심 속에서 이렇게 쉽게 가능하다니 신기했다”는 방문객의 고백처럼, 안전하면서도 역동적인 즐거움을 준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내외 복합형 레저 시설과 자연친화 체험공원의 이용률이 팬데믹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트렌드 분석가 김지우는 “지금의 도심 나들이는 단순 관람이 아니라, 각자 마음이 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바쁜 평일을 보내고 잠시 이곳을 걸으면, 밀려드는 도시의 피로가 저절로 가시는 느낌” “아이들과 방문했는데 하루가 금방 가버렸다”는 경험담이 잇따른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를 찾는 도시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이곳의 산책과 체험, 그리고 느린 호흡 한 번이 우리 도시 생활의 틀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속도를 늦춰보는 오늘, 그 순간을 즐기는 마음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