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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가짜 가족에 쇠사슬 묶인 20대 여성의 분노→심리적 감금 끝 눈물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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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가짜 가족에 쇠사슬 묶인 20대 여성의 분노→심리적 감금 끝 눈물 고백

김서준 기자
입력

낮에는 숨죽인 채 아파트 단지에서 모습을 감췄던 젊은 남녀들이 밤이면 어둠 속을 무리 지어 움직였다. 그들은 겉으론 평범한 가족 공동체인 듯 보였지만, 속에는 가짜 혼인관계와 가스라이팅,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 자리하고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김은아(가명)의 아픔과 고통을 온전히 토해냈다. 문신을 몸에 새기고, 욕설을 흘리며 단단히 엮인 이 청춘들의 그림자 뒤에 있던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을 도구화한 범죄의 덫이었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뻗은 수상한 기운을 보고받은 경찰이 움직인 것은 한 남성의 실종 신고가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 신고는 곧 진실을 가리고 피해자를 다시 지배하려는 시도임이 드러났다. 탈출과 동시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은아 씨의 입에서 쏟아진 것은, 혼인신고를 강요받고 성매매를 1년 반 동안 천 번 넘게 강요당했다는 참담한 고백이었다. 그녀를 옭아맨 이들은 가족을 가장해 심리적 감금과 고립을 반복했고, 그 끈질긴 악몽 속에서 희생양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주범 태 씨는 자신을 ‘여왕벌’로 칭하며 다른 여성들에게 가족의 역할을 덧씌웠고, 남성 공범들과의 형식적 혼인으로 피해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감시와 폭력, 위치추적 앱과 하루에도 수차례 강요된 성매매는 피해자 삶을 점차 파괴했다. 세 살 딸을 볼모로 잡힌 피해자 소희(가명) 씨는 엄마이자 인질로 살아야만 했고, 아이는 학대의 그림자 아래에서 자라야 했다. 태 씨의 힘 아래, 남성 공범들마저 내연남이 돼 폭력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법정에까지 선 이들의 죄는 반인륜적 범행으로 규정되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검찰의 중형 구형에도 불구하고 1심과 항소심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선고에 그쳤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용서조차 받지 못한 채 법의 한계가 선명히 드러났다. 고통받는 아이와 피해자들의 상처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멍에로 남았고, 피해 사실의 심각성에 비해 법정의 잣대는 ‘육체적 감금’인지 아닌지에 머물렀다.

 

이 독특한 지배 구조를 목격한 송오경 경감은 평생 처음 마주한 범죄라며, 가스라이팅과 심리적 지배가 가족이란 허상을 타고 얼마나 송곳처럼 파고드는지 증언했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법적으로 안전망이어야 하지만, 이 사건 안에서는 오히려 피해자를 옥죄는 족쇄가 됐다.

 

대한민국 형사법 체계가 여전히 ‘심리적 감금’과 ‘가스라이팅’, 그리고 가족 틈새에서 가해지는 신종 폭력에 얼마나 미비하게 대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피해자들의 존엄이 산산이 부서지고, 아이는 친모마저 인식하지 못하는 상처를 지니게 된 이 구조 저편에서, 법은 여전히 책임 인정의 노선을 묻고 있다.

 

공허해진 현장에 남겨진 피해자들은 가족으로부터조차 단절당하며 다시 일어설 힘조차 빼앗겼다. 심리적 감금 속에 갇혀 인간성을 잃어간 그들, 현실의 아픔을 치유하기까지 얼마나 긴 여정이 필요할지, 오늘 방송은 말없이 시청자들에게 묻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12일 밤 11시 10분,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서 공개되며 우리 사회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폭력과 통제, 그리고 법적·심리적 허상의 심연을 짚어본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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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알고싶다#김은아#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