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차세대중형위성 3호” 태워 쏘아올린 누리호, 민간 우주전환 가속

장예원 기자
입력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도전에 성공하며 한국 우주 발사체 기술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7일 새벽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가 계획대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주 임무였던 위성 13기 투입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발사체 성능 검증과 위성 운용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제작과 조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총괄하며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구조가 민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기점으로 받아들여진다.

 

누리호는 이날 새벽 1시 13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점화돼 우주를 향해 올려졌다. 발사 후 1단 분리와 페어링 분리, 2단 분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됐고, 약 12분 21초 만에 목표 고도 600킬로미터 궤도에 도달했다. 이어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계획된 시점에 성공적으로 분리했고, 비행은 1시 31분께 종료됐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1시 55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의 초기 교신에 성공해 궤도 투입과 기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발사가 새벽 시간대에 이뤄진 배경에는 탑재 위성의 임무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지구 자기권의 플라즈마와 오로라, 대기광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관측 대상인 플라즈마와 발광 현상은 매우 희미해 태양광 간섭이 거의 없는 시간대에만 정밀 계측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고도 600킬로미터에서 적도를 지날 때 현지 시각 기준 낮 12시 30분에서 50분이 되도록 맞추는 태양동기궤도로 진입해야 한다. 발사 시각을 새벽 1시 13분으로 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주환경 관측이라는 과학 임무 요구 사항에 맞춰 발사 궤도와 시간이 정밀하게 설계됐다는 점에서 국내 발사체 운용 능력이 한 단계 고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호 4차 발사는 기술적인 성과를 넘어 산업 구조 측면의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의 제작과 조립을 총괄하며 민간 주도의 발사체 개발 모델을 본격적으로 실험했다. 그동안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항우연이 중심이 된 정부 연구기관 주도 체제가 핵심 구조였다. 이번 전환을 계기로 연구개발 단계에서 축적된 설계·시험 역량이 민간 제조와 운용 체계로 이양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뉴 스페이스’ 유형의 분업 구조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사체 반복 생산과 성능 개선, 발사 서비스 상용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누리호 고도화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두 차례 더 발사해 설계 신뢰성을 높이고 발사 간격을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복 발사를 통해 엔진과 구조체, 전자장비의 장기 운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작 공정의 표준화와 비용 절감 방안도 병행 검토한다. 이는 향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나 민간 상업 발사 서비스 확대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소형 위성 다수 동시 발사와 정기적 발사 캘린더 운영이 가능해질 경우, 지구관측과 통신, 과학탐사 등 다양한 위성 운용 수요를 국내 발사체로 흡수할 여지도 커진다.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는 이미 민간 발사체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국 발사 능력을 경제안보 인프라로 규정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과 민간 참여 확대는 한국이 독자 발사 능력을 기반으로 우주산업 생태계를 키울 출발선에 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반복 발사와 상업 발사 서비스 단계까지 연착륙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정교하게 조정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제도가 조화를 이루는 쪽이 향후 우주산업 성장의 핵심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예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누리호#차세대중형위성3호#한화에어로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