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9분 환호”…이병헌·손예진 뜨거운 감정→세계가 숨죽였다
베니스 리도섬의 황금빛 물결 속 박찬욱 감독과 ‘어쩔수가없다’ 출연진이 영화를 품은 채 붉은 카펫을 밟았다. 이병헌과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까지 화려하게 빛난 얼굴들은 수백 개의 플래시 세례와 현지팬들 연호에 감싸였다. 그러나 극장 안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그 환희보다 묵직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열리자 관객들은 금세 스크린에 빨려들었고, 상영이 끝나자 찬란한 9분간의 기립박수와 탄성이 이어졌다.
‘어쩔수가없다’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소설을 바탕으로 실직 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꿈꾸다 초래되는 아이러니와 선택의 서글픔을 블랙코미디로 풀었다. 박찬욱 특유의 절제와 잔인한 위트, 감독의 깊은 연민이 배우들의 겹겹진 감정과 어우러지며 우울하고도 애틋한 유머가 피어났다. 손예진이 연기한 아내 미리, 박희순과 염혜란이 그려낸 경쟁자와 주변 인물들은 각자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허탈함과 가족에 대한 애착, 타인과의 간극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상영 후 현지는 “비극과 유머가 뒤섞인 현대 클래식”, “전형성을 휘젓는 대담한 시도”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과 출연진은 기자회견에서 영화의 공감을 강조했으며, 황금사자상에 도전하는 한국 영화에 쏟아진 기대감에 감격을 드러냈다. 특히 13년 만에 최고 영예를 노리는 작품답게 인디와이어, 가디언, 버라이어티 등 해외 매체의 호평도 끊이지 않았다.
영화를 직접 마주한 관객과 평단의 반응, 그리고 배우들이 무대에서 보낸 벅찬 순간이 어우러지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에 대한 희망 또한 높아졌다. ‘어쩔수가없다’는 국내에 오는 9월 24일 개봉을 예고했다. 한편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여부는 9월 7일 새벽 국내 시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