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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포항을 걷다”…바다와 역사가 만나는 산책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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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포항을 걷다”…바다와 역사가 만나는 산책의 여유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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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릿한 오후에 천천히 걷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맑은 날의 산책만 상상했다면, 이제는 평범한 흐린 날씨조차 일상을 다정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사소한 기분 전환이지만, 그만큼 일상에 여유가 스며드는 순간이다.

 

흐린 하늘과 선선한 바람, 조용히 출렁이는 동해 앞에 포항이 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를 따라 걷는 이들은 한 세기 전의 골목 풍경을 음미하며, 이국적인 건축물과 바다가 맞닿는 장면을 남긴다. 골목마다 걸음이 머무는 오래된 상점들은 잠시 시간을 놓고 머물게 만든다. 거리 끝, 발 아래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오늘의 여행에 확실한 쉼표가 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포항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포항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대 역사 골목과 산사 여행을 찾는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다양한 나이대의 여행객들이 SNS에 느릿한 산책길과 독특한 가옥 풍경을 공유하며 ‘포항 감성’이란 해시태그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흐린 날씨가 오히려 감정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준다. 바쁜 도시의 리듬을 벗어날 때, 흐린 하늘 아래에서 걷는 산책이 주는 해방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고 느꼈다. 그런 점에서 포항의 구룡포 거리와 보경사, 곤륜산은 재충전의 장소로 손꼽힌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 포항 산책이 더 낭만적”, “사계절 다른 색을 안은 포항이 은근 중독된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보경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는 이들이 많다. 천년의 고찰에서 계곡 물소리 들으며 걷다 보면, 자신에게도 고요한 틈이 생긴다고들 표현한다.

 

흐린 하늘 아래 포항의 풍경은 그저 짧은 여행지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작은 쉼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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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보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