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ICT 통합 독임제론 급부상”…정부 거버넌스 재설계 논쟁 확산
정부의 미디어 정책 수행 구조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뉘어 있던 파편화된 체계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현 구조의 비효율성이 누적되면서 미디어·ICT 정책의 일관성과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통합적 거버넌스 아래 산업 진흥과 공영성 보장이라는 두 축을 모두 지켜야 할 ‘체계 혁신의 분수령’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최근 국회, 미디어 정책 관련 학회, 시민사회 등은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거버넌스 재설계 논의를 활발히 전개 중이다. 현행 방통위 합의제 체제에선 ‘여야 추천 3:2 구조’로 인해 다수 의견이 관철되며, 정책 결정이 정치적 대립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미디어 플랫폼 규제와 콘텐츠 진흥 정책이 한몸처럼 결합되지 못하고, 실질적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핵심 쟁점은 효율성과 독립성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조직 구조다.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등 전문가들은 정보미디어부(가칭)와 공영미디어위원회(가칭)로 이원화한 독임제 통합부처 모델을 공식 제안했다. 이 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파·네트워크 정책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진흥 기능,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 권한을 통합해 산업 진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공영방송의 감독을 별도의 위원회가 맡아 정치적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중심에 있다. 위원회 구성에서도 국회 몫을 절반 미만(4인 이하)으로 제한하고, 대통령실에 미디어전략수석실 신설 등 컨트롤타워 강화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모델은 현 방통위 합의제가 내부 정쟁 노출 및 결단력 부족에 취약했다는 점에서 ‘단일 책임자(독임제)’ 체제 도입으로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다만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부에선 대통령 직속 독임제가 공영성 훼손과 권한 집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합의제 위원회 구조로 균형을 맞추는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국회와 일각 전문가들은 통신·방송·OTT 등 미디어 전 영역을 포괄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오는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OECD 권고 기준에 비춰 한국 미디어 정책 집행 구조의 독립성과 효율성이 미달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국, 독일 등은 진흥·규제 권한을 별도 위원회 및 부처가 나누되, 정치적 독립성과 재정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은 개편 논의의 실질적 성과는 결국 제도 설계 못지않게 집행 주체의 전문성과 독립성에서 좌우된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인사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독임제든 합의제든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더불어 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영방송의 공공성·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균형을 이뤄야 할 필요성 역시 강조된다.
여러 방안이 경쟁하는 가운데, 산업계는 정책 통합을 통한 규제완화와 K콘텐츠 경쟁력 강화, 공공서비스 질 제고 등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산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실제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조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디어 정책의 변화는 기술·산업 구조와 제도·윤리적 기준의 균형점에서 진전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