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은 달아오른다”…서울 전역 폭염특보 속 달라진 여름 일상
요즘 서울을 걷다 보면, 어디서든 무더위에 지친 얼굴들을 마주치게 된다. 예년 같으면 한낮에도 분주했던 거리에는 부쩍 조용함이 감돈다.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고, 동남권부터 서북권까지 빠짐없이 ‘더위 예보’가 들려오는 계절의 변화다.
기상청은 6월 30일 낮부터 서울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 체감온도가 33도를 훌쩍 넘기 시작하면서, 수도권을 비롯해 남부 곳곳에도 비슷한 수준의 특보가 이어진다. 이보다 심한 경보도 등장했다. 경기도 가평과 광주에는 체감온도가 35도 이상 이틀간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폭염특보가 점차 확대되는 만큼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6월 말임에도 이미 여름철 최고치를 경신한 날이 늘고 있다. SNS에는 “선풍기랑 에어컨 없이 못 산다”, “도서관이나 카페로 피신 중”이라는 풍경이 쏟아진다. 직장인 최윤지 씨(33)는 “점심 산책이 당연했던 매일이지만 이젠 그저 그늘만 찾아다닌다”며 “생수병을 여러 개 챙기는 게 올여름의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극한 더위가 단순한 계절 현상을 넘어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고 진단한다. 생활환경의학회 이재현 박사는 “올해 폭염은 단순히 기상 재난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새로운 적응방법을 요구한다”며 “서늘한 장소를 찾고, 신체 리듬을 조절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미리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제는 오전 출근길부터 얼음 커피가 기본”, “실내에서 하는 약속만 잡는다”는 등, 이미 많은 이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더위에 대처하는 이야기를 공유한다. 폭염이 일상이 된 도시에선 ‘버티는 여름’이 아닌 ‘새롭게 사는 여름’이 화두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서울의 이 더위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