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노무진, 판타지 너머 노동의 눈물”…정경호, 뜨거운 위로→끝내 굳어진 각성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오가던 ‘노무사 노무진’이 진득한 울림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정경호가 연기한 노무진이 결국 노무사로서 자신의 업을 받아들이는 성장의 여정이 마지막 회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흩어진 웃음 너머에는 설인아, 차학연과 더불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다짐이 담겨, 결말 앞에서 긴 여운을 남겼다.
판타지적 장치인 ‘유령을 보는 노무사’라는 독특한 세계관 아래에서도 드라마는 현실에서 쉽게 외면되는 노동 문제를 첨예하게 끌어냈다.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 사고를 둘러싼 최종회에서는 억울한 죽음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집요하게 좇았다. 유령이 된 고 노우진과의 이별은 노무진이 스스로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각성하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동시에 노동자의 무게를 짊어진 누군가에 대한 깊은 연민과 위로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드라마 곳곳에는 현장실습 중 사고를 겪는 학생, 태움에 희생된 신입 간호사, 청소 노동자와 물류창고 노동자 등 다양한 현실의 피해자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실제 사회의 슬픈 단면을 대변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정경호는 무거운 사연 속에서도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며 노무진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더불어 설인아와 차학연은 코믹함과 따스함을 넘나드는 감정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채웠다. 또 탕준상, 진선규, 문소리 등 특별출연진과 조연 배우들까지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배가시켰다.
노무사 노무진은 단순한 판타지나 응징극을 그치지 않고, 억울한 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며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일깨운 드라마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피로 얼룩진 현실을 환상과 따뜻함으로 어루만지며, 시청자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메시지를 남긴 ‘노무사 노무진’은 지난 28일 종영해 안방극장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