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파타고니아 빙하 너머 적막한 위로”…이상은·홍미애, 인간의 작은 고백→새벽에 깃든 침묵
엔터

“파타고니아 빙하 너머 적막한 위로”…이상은·홍미애, 인간의 작은 고백→새벽에 깃든 침묵

강예은 기자
입력

해묵은 바람이 새벽 어둠을 가르며 산허리를 두드릴 때, ‘영상앨범 산’의 이상은, 홍미애, 박춘기는 지구 끝 파타고니아에서 새로운 하루의 서막을 연다. 그곳은 인간의 모든 말과 의지를 넘어서, 자연만이 지닌 경이로운 고요와 변화의 얼굴로 세계를 다시 그린다. 창백한 구름과 날카로운 남풍 아래, 이들의 트레킹은 인간의 눈으로 결코 다 담아낼 수 없는 풍경을 따라 흐른다.

 

출발점은 엘 찰텐. 왕복 25km의 피츠로이 트레일이 이어지며, 이들이 마주하는 길은 시시각각 표정을 바꾼다. 숲길 위를 덮친 짙은 안개와 비, 이내 떠오른 오색 무지개, 그리고 잠시 머물렀다 이내 다시 내린 빗줄기까지, 초여름이라 해도 뼈에 스며드는 냉기는 걸음마다 작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숨죽인 대지 위에서 카프리 호수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자연의 포옹 속으로 이끌고, 그 고요 속에서 스며든 침묵은 점점 인간의 마음을 연다.  

파타고니아의 경이로운 침묵…‘영상앨범 산’ 이상은·홍미애·박춘기, 피츠로이와 빙하의 여정→자연 앞 겸손의 기록 / KBS
파타고니아의 경이로운 침묵…‘영상앨범 산’ 이상은·홍미애·박춘기, 피츠로이와 빙하의 여정→자연 앞 겸손의 기록 / KBS

피츠로이는 구름 아래 숨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무와 바람, 그리고 멀리 스친 물소리만이 자리한 풍경은 한없이 깊어간다. 나무다리를 지나며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 이들은 스스로 자연의 한 조각임을 생각하게 된다. 잠시 침묵하는 여행자들의 눈길 가장자리, 언젠가 닿게 될 또 다른 만남에 대한 기대가 서린다.  

 

트레킹이 끝나고 엘 칼라파테로 향하는 길목엔 설산과 청명한 호수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거대한 풍경 속 발걸음은 잔잔히 가라앉고,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심장부 페리토 모레노 빙하와 마침내 조우한다. 푸른 숲을 지난 끝에 나타난 빙하는 살아 움직이는 얼음의 파도 같다. 가까이서 마주한 거대한 얼음벽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두께를 실감하게 하며, 환희와 동시에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때 ‘안정된 빙하’라 불렸으나 최근 2년간 700미터나 후퇴한 페리토 모레노. 일행은 빙하가 들려주는 침묵의 시간 앞에서, 변화와 순응, 그리고 인간의 미약한 자취를 담담히 마주한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흔들리는 빙하의 푸른빛과, 자연이 남기는 기록은 겸손 그 자체로 다가온다. 세상 끝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파타고니아에서, 삶과 죽음, 희망과 변화의 기로에 선 여행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긴다.  

 

창밖의 풍경과 현실 사이, 작은 흔적을 남기며 걷던 ‘영상앨범 산’의 이상은, 홍미애, 박춘기의 여정은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고백과 위로로 채워진다. 파타고니아의 풍경과 침묵을 천천히 담아낸 이번 이야기는 7월 27일 일요일 오전 6시 55분에 KBS2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강예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상은#영상앨범산#파타고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