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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병 복합치료 전략” 중앙대병원, 재발률 줄일 근거 제시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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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만성 염증성 질환인 기무라병 치료에 병태생리 기반 복합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학계에서 높은 인용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과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성형외과 연구진이 발표한 기무라병 최신 개념 논문이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지에서 2025년 최다 피인용 논문으로 선정된 것이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재발률이 높은 희귀 질환에 대해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한 치료 알고리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밀의료적 접근 확대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중앙대학교병원은 김한구 성형외과 교수와 김우주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이 2025년 최다 피인용 논문에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2022년 발표된 기무라병의 최신 개념 병태생리 및 치료의 발전을 정리한 연구다.  

연구팀이 다룬 기무라병은 소아부터 중년의 동양인 남성에서 주로 나타나는 매우 드문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두경부 연부조직에 종양과 유사한 덩어리로 나타나며, 국소림프병증과 혈청 면역글로불린 E 수치 증가, 말초 혈액 호산구 증가가 특징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외과적 절제술을 기본으로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항알레르기 제제를 활용한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방사선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병용되고 있다. 그러나 각 단독 요법의 재발률이 높아 치료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보고에서 수술 단독 치료 시 재발률은 약 30퍼센트, 약물치료는 45퍼센트 안팎, 방사선치료는 60퍼센트 수준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번 연구는 이러한 수치를 토대로 기무라병의 병태생리를 정리하고, 치료 옵션별 재발 양상과 한계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점에서 인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기무라병의 면역학적 특성과 염증 반응 패턴을 종합해, 단순 제거 중심의 수술 전략이 아닌 병태생리에 맞춘 복합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태생리는 질환이 어떻게 생기고 진행되는지를 설명하는 기전으로, 염증세포와 면역글로불린, 사이토카인 반응 등을 포괄한다.  

 

해당 논문에서는 종양 크기, 질병 지속 기간, 혈중 호산구 비율, 혈청 면역글로불린 E 농도 등 구체적인 임상 지표를 근거로 재발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을 세분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임상 양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외과적 절제와 함께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방사선치료 등의 보조요법을 병합하는 복합치료 전략을 권고했다.  

 

김한구 교수는 수술 후 재발 환자 분석을 통해 고위험 환자군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종양 크기가 3센티미터 이상이거나 질환 지속 기간이 5년을 넘는 경우, 말초 혈액 호산구 비율이 20퍼센트 이상이거나 혈청 면역글로불린 E 수치가 1만 IU 매 밀리리터 이상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이들 환자에게는 외과적 절제술 단독이 아닌 보조치료를 포함한 복합치료 전략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희귀 염증성 질환 치료에 정량적 기준을 도입해, 환자별 맞춤 치료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종양 크기와 질환 기간, 혈액검사 수치 등 일선 병원에서 쉽게 확인 가능한 지표를 활용해 재발 위험도를 층화했다는 점이 임상 현장 적용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적으로도 희귀질환 영역에서는 병태생리 기반 복합치료와 정밀 분류 전략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호산구성 질환과 알레르기성 질환에서 면역세포 타깃 생물학적 제제나 방사선, 수술을 조합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기무라병처럼 환자 수가 극도로 적은 질환은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 어려워, 이번 논문과 같은 체계적 분석과 장기 추적 데이터가 치료 가이드라인 형성에 핵심 근거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희귀질환에 대한 보험 급여 범위와 치료 옵션 접근성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테로이드와 전통적 면역억제제는 비교적 폭넓게 쓰이고 있지만, 환자 수와 데이터 부족으로 정교한 급여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병태생리와 재발률 데이터에 기반한 복합치료 근거 축적이 향후 정책 결정에도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구성과를 이끈 김한구 교수는 2014년에 이어 2025년에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가 수여하는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하며 학술적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대한성형외과학회 피인용 논문상과 학술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쌓아왔다. 김 교수는 향후에도 기무라병을 포함해 병태생리에 기반한 치료법 정립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와 산업계는 기무라병과 같은 희귀 염증성 질환에서 축적된 복합치료 전략과 정밀 분류 노하우가, 향후 면역질환과 종양성 질환 전반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초 토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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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병원#김한구#기무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