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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조 원 민관기금 조성”…일본, 조선업 합병 드라이브에 세계 산업 재편 신호
국제

“9.4조 원 민관기금 조성”…일본, 조선업 합병 드라이브에 세계 산업 재편 신호

김서준 기자
입력

현지시각 7일, 일본(Japan) 정부와 조선업계가 약 1조 엔(9조4천억 원) 규모의 민관기금 조성 방침과 함께 대형 조선사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대대적 조치에 일본 정치권과 미국(USA) 정부까지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 조선업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발표의 한 축은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결합이다. 이마바리조선은 지난달 말, JMU 지분을 60%까지 늘려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일본 조선업은 오랜 침체를 딛고 세계 4위 조선사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이마바리조선 측은 "중국과 한국에 빼앗긴 점유율을 회복하고 업계 발전을 이끌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조선업 재건에 9.4조 원 민관기금 추진…‘이마바리-재팬마린’ 합병으로 세계 4위 등장
일본, 조선업 재건에 9.4조 원 민관기금 추진…‘이마바리-재팬마린’ 합병으로 세계 4위 등장

정치권도 일본 산업의 위기감을 공유했다. 집권 자민당 특별위원회는 1조 엔 규모의 민관 합작 기금을 마련, 시설 현대화 및 정부 주도 조선소 설립 등의 세부안을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제안했다. 특별위원회는 "대응하지 않으면 일본도 유럽, 미국처럼 조선산업을 잃는다"며 경제·안보적 위협을 경고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중국(PRC) 선두의 글로벌 시장 변화가 있다. 영국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일본 조선업의 시장 점유율은 19%였지만, 2024년 6.8%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이 지난해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 양상을 보였다. 일본의 인도량 마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주변국 반응도 주목된다. 일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미일 관세협상 과정에서 조선업 공동 재건을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도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양국 협력기금 조성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전환의 국제적 함의에 주목했다. 다케이 도모히사 사사카와 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한국 조선사들은 대규모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경쟁력을 갖췄다"며 "일본도 유연한 보조금 정책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왜곡 우려가 크지 않아 국제사회의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조선 회장은 일본조선업협회장 취임 연설에서 "2023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20%로 올리고, 저탄소 선박 등 신사업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역시 초대형 조선사 합병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인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의 자회사 합병안이 승인되며, 조선업 시장판도는 한층 요동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매체들은 "정부 주도 민관협력은 산업 쇠퇴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구조개편이 글로벌 시장재편의 신호탄"이라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재편 경쟁이 미중일 삼강 구도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하며, 차세대 친환경 선박과 정부 지원정책 등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대규모 투자와 합병이 국제 조선업 질서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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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마바리조선#재팬마린유나이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