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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동제작 필요성 재확인”…IBCC, 글로벌 방송 협력 방향 짚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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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과 국가 간 공동제작 논의가 결합되며 글로벌 방송 제작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제작비 급등과 시청자 취향 세분화로 단일 국가 방송사만으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이 어려워진 가운데,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작 효율화와 다국적 공동제작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업계는 국제 공동제작 콘퍼런스를 방송 협력의 플랫폼이자 향후 AI 시대 제작 구조 재편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19일 서울에서 함께 만드는 방송의 미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2025 방송 공동제작 국제 콘퍼런스 IBCC를 개최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와 공동으로 2016년부터 매년 열어 온 행사로, 국가 간 공동제작 우수 사례를 시상하고 글로벌 협력 확대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태국, 몽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국내외 정부기관과 방송사, 제작사,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공동제작 실무 경험과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올해 우수 공동제작 작품 시상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만든 드라마 오늘은 뭐묵지가 대상에 선정됐다. 부산문화방송과 일본 TV아이치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한일 합작 포맷을 통해 양국 시청자의 정서와 문화 코드를 동시에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은 한국방송공사와 인도네시아 MOJI 미디어그룹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전설에 도전하다 메가왓티의 봄배구가 차지해 스포츠와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국제 공동제작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콘퍼런스는 최근 드라마 폭군의 셰프를 연출한 장태유 감독과 예능 무한도전으로 알려진 김태호 PD의 축사로 시작됐다. 두 제작자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 심화 속에서 국가 간 기획 단계부터 협력하는 구조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돼 온라인 기반 확산도 병행했다.

 

기조연설에서는 라이언 시오타니 영국 BBC 스튜디오 아시아 콘텐츠 담당 수석부사장이 글로벌 무대를 향한 한국 팩추얼 콘텐츠 공동제작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BBC가 아시아 각국과 진행해 온 논픽션 콘텐츠 공동제작 사례를 소개하며, 데이터 기반 시청자 분석과 디지털 플랫폼 확산이 팩추얼 장르의 국제 유통을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국 방송사와의 협업이 스토리 다양성과 제작 기술 고도화 측면에서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별세션 한국과의 방송 협력의 가치에서는 태국, 몽골, 말레이시아 방송 관계자들이 공동제작 필요성과 경험을 공유했다. 태국 방송통신위원회 NBTC 찬타팟 캄콕그루아드 부위원장 직무대행은 공동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지 제작 의무 비율, 외화 반입 규정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몽골 국영방송 MNB 바이갈 나산벳 국장은 공동제작을 통해 소규모 시장에서도 자국 문화를 글로벌에 알릴 수 있다며 미디어 산업 속 문화교류 효과를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국영방송 RTM 알렉스 오트만 국장은 말레이시아와 한국 방송사 간 포맷 교환과 합작 프로젝트 기회를 제안했다. 지난해 IBCC에서 대상을 수상한 Mnet 시사교양 프로그램 춤 플래닛 제작사 CJ ENM의 조성우 글로벌사업본부장은 글로벌 협력 경험을 소개하며, 초기 단계에서부터 유통 플랫폼, 현지 규제, 기술 표준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가 향후 공동제작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 콘퍼런스의 차별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 영향 속 협력 모색 세션이다. 방송사 관계자와 AI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본 초안 작성, 번역·자막 자동 생성, 시청자 데이터 분석 등 방송 제작 전 과정에 AI를 도입할 수 있는 구체 사례를 논의했다. 특히 다국어 음성 합성 및 자동 더빙, 국가별 시청 패턴 분석을 통한 편성 최적화 등은 공동제작에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로 꼽혔다. 제작 현장에서는 저작권 관리, 알고리즘 편향, 창작자 노동 구조 변화 등 윤리·규제 이슈도 병행해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새로운 콘텐츠와 협력 모색 세션에서는 국내외 제작자들이 OTT 중심의 글로벌 유통 환경에서 장르 혼합, 짧은 포맷 실험, 크로스 플랫폼 스토리텔링 등 새로운 형태의 공동제작 경험을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IP를 공동 소유하고 각 국가별로 확장 콘텐츠를 제작하는 구조가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장기 수익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국가별 시청자 반응을 정밀하게 파악하면 기획 단계부터 국제 시장을 겨냥한 포맷 설계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제작비 상승과 소재 고갈로 방송사와 제작사가 독자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미통위는 이번 행사가 정부, 방송사, 콘텐츠 제작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기술과 제도,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논의하는 협력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공동제작과 AI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제작 생태계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후속 정책과 투자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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