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관광 매너도 감독한다”…국립공원, 비매너 행위 감시 강화 논란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일부 관광객의 이른바 대변 테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립공원과 문화재 보호 구역에 인공지능 영상분석과 IoT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감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단순 인력 순찰만으로는 기초 질서 위반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 속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상시 모니터링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다만, 방문객 사생활 침해와 특정 국가 혐오 정서 확대라는 역효과를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노상 배변과 고성방가를 지적하는 민원이 올라오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국립공원 측은 중국어 안내판 추가 설치와 순찰 인력 강화, 현장 적발 시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도, 실제로는 광범위한 탐방로를 인력만으로 상시 관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천연기념물, 사적 구역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반복되는 기초 규칙 위반은 감시·관리 체계가 사후 적발 수준에 머물러 예방 기능이 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과 문화재 구역에 설치된 기존 CCTV를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관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영상 분석 기술은 카메라 영상 속 움직임 패턴과 객체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일반 탐방과 다른 이상 행동을 자동 탐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정해진 탐방로 밖으로 벗어나거나, 돌담 아래나 수풀 뒤처럼 특정 사각지대에서 사람이 장시간 머무르는 행동 패턴을 탐지해 관리자에게 즉시 알림을 보내는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 동물, 배낭 등 객체를 식별하는 컴퓨터 비전 모델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이 결합된다.
특히 이번 논란과 같은 노상 배변 행위나 쓰레기 투기 등은 동작 인식 모델을 통해 일정 수준까지 자동 식별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 주변에 휴지나 비닐 등 작은 물체를 버리는 행위 등은 반복된 학습 데이터를 통해 패턴화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신체 노출 여부까지 AI가 분석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 국내 개인정보 보호 규정과 인권 기준을 충족하는 선에서 탐지 범위와 알림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
카메라 기반 기술과 함께, 악취 센서나 환경 IoT 장비를 활용한 보조 모니터링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최근 환경 분야에서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특정 가스 농도를 실시간 측정하는 소형 센서가 상용화돼, 하수관로 관리나 가축 분뇨 시설 모니터링에 활용되고 있다. 같은 센서를 축소·저전력화해 탐방로 인근 주요 지점에 설치하면, 일정 농도 이상의 악취 물질이 반복적으로 감지될 때 관리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평상시 수준을 학습해두면, 갑작스러운 급증 시 이상 징후로 분류해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관광지에서는 유사한 디지털 감시 체계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립공원은 AI 기반 영상 분석으로 불법 취사와 흡연 행위를 실시간 감시하고, 캘리포니아 등 미국 보호구역은 산불 예방을 위해 열화상 카메라와 AI를 결합해 불꽃과 연기 패턴을 자동 인식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기술은 인명과 자연 보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공공 장소에서의 과도한 감시와 데이터 보관 기간을 둘러싼 논쟁을 낳기도 했다.
국내에서 AI 감시 시스템을 본격 도입하려면 개인정보 보호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 지침, 국립공원법 등 여러 규정과의 정합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정 국가나 인종을 겨냥한 맞춤형 감시는 법적으로 허용되기 어렵고, 기술적으로도 구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조계와 인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술은 단지 이상 행동을 탐지해 관리자에게 알리는 도구로 한정하고, 최종 판단과 제재는 현장 인력이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AI와 IoT를 활용한 스마트 관광지 관리가 장기적으로는 관광 수용력을 높이고, 문화재 훼손을 줄이는 데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혼잡도를 파악해 인파를 분산시키고, 쓰레기 투기나 출입 금지 구역 진입 등을 조기에 차단하면, 과잉 관광을 기술로 완화하는 모델을 구현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다국어 안내판과 모바일 앱 알림, 디지털 사이니지 등과 연동하면, 단속 중심이 아닌 사전 안내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할 여지도 생긴다.
전문가들은 AI 감시 기술 도입 여부를 넘어, 데이터 활용 원칙과 문화 갈등 관리 전략을 동시에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대표 문화유산에서 반복되는 무질서에 대해 범칙금 등 강력한 조치를 언급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AI가 현장의 눈이 돼줄 수는 있지만, 특정 국적을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나 인력 부족, 과밀 관광 문제까지 기술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관광과 보안, 기술과 인권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스마트 관광지 관리 모델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국립공원과 문화재 구역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