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갤러리 된다"…삼성서울, 예술치유로 환자 곁에
예술을 활용한 치유 환경 조성이 병원 공간을 바꾸고 있다. 국내 대형 의료기관이 의료 서비스와 문화예술을 결합해 환자의 정서적 회복을 돕는 케어 디자인에 힘을 싣는 흐름이다. 과거 단순 치료 중심이던 병원 환경이 심리 안정과 치유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예술 전시를 병원 내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정밀의료 등 첨단 기술 기반 치료와 더불어 환자 경험 전반을 개선하는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은 1월 3일부터 2월 27일까지 별관 1층 SMC케어갤러리에서 백선 작가의 십장생이 머무는 자리 기획전을 연다. 2025 SMC 케어갤러리 대관 전시 작가 공모에서 제3기 네 번째 작가로 선정된 백선 작가의 전시로, 병원이 새해를 맞아 준비한 첫 기획이다. 전시 기간 동안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병원 일상 동선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하도록 설계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민화의 대표 길상 도상인 십장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십장생은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 등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열 가지 요소를 말하며, 오래전부터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상징 체계로 쓰여 왔다. 백선 작가는 여기에 기하학적 조형과 다채로운 색채를 더해 전통 이미지를 현대적 미감으로 옮겼다. 정형화된 민화 양식에서 벗어나 색면 분할과 반복 패턴을 활용해 시각적 리듬감을 높였고, 병원 조명과 공간 구조를 고려해 색채 대비를 강하게 설정해 생동감을 강조했다.
병원은 이번 전시에 치유환경 디자인 개념을 반영했다. 강렬한 색채와 상징적 모티프를 활용한 작품은 환자의 시선을 환기시키고, 치료 대기와 이동 과정에서 느끼는 피로와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십장생이 지닌 건강과 장수의 상징성은 투병 과정에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나 인터랙티브 아트 대신 평면 회화를 배치한 점은 과도한 자극을 줄이면서 안정감을 주는 방향으로 공간을 설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작가는 십장생을 우리 전통 문화의 길상 상징으로 규정하며, 작품을 통해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도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실을 이끄는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 교수는 십장생의 각 요소들을 살아 움직이듯 표현한 색감과 구성에 주목하며, 관람자가 활력과 생기를 체감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이 직접 전시 기획 메시지에 참여한 것은 진단과 치료 중심의 역할을 넘어 환자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병원 조직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삼성서울병원은 2018년부터 SMC케어갤러리를 예술 문화 소통 공간으로 운영해 왔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같은 작품을 공유하는 경험을 통해 의료 현장의 긴장감을 낮추고, 병원을 폐쇄적 치료 시설이 아닌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종합병원들이 메디컬아트, 치유정원, 미디어월 등 다양한 형태의 환경 디자인을 도입하는 가운데, 상시 기획전 형태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델은 병원 브랜드와 환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첨단 의료기술과 더불어 병원 환경 자체가 치료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환자 만족도와 치료 순응도, 재입원율을 포함한 종합적 성과 지표에서 물리적 공간과 정서적 경험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 전시, 음악 프로그램, 디지털 아트 등 예술 기반 치유 프로그램이 향후 병원 경쟁력 평가에서 하나의 요소로 언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AI, 로봇수술, 정밀의료 등 기술 중심 혁신과 함께 병원 디자인, 예술 프로그램, 서비스 운영 모델이 결합된 통합 치유 환경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