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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훈련 미비에 사고 막지 못했다”…해군, 초계기 추락 ‘조종사 대응 한계’ 지적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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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계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조사 당국과 해군이 조종사 회복 훈련 부재를 중심으로 책임 공방에 휩싸였다. 지난 5월 경북 포항시 해군비행장 인근에서 발생한 P-3CK 해상초계기 사고를 두고, 실속·조종불능 회복훈련 미실시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사고 원인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사고 대응 체계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군 내 안전관리 시스템의 취약점 논란 또한 확산되는 분위기다.

 

초계기 추락사고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는 13일 공식 조사결과를 통해 “비정상적인 자세에서 속도가 줄어 양력을 잃고 추락했다”며, “기계적 결함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해군이 비행교범에 포함된 ‘실속(양력 상실 후 급하강)’ 및 ‘조종불능’ 상황 회복훈련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고 당시 조종사들의 회복능력 부족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이륙 후 속도·자세는 정상이었으나, 상승 선회 도중 점차 속도가 줄고 받음각이 커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160노트에서 67노트까지 급격히 속도가 하락했고, 고도가 950피트에 불과해 비상회복도 불가능했다. 사고기에 실속경보장치가 없고, 받음각 계기판도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위치에 설치돼 있어 조종사들이 경고 신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비행기록장치와 음성녹음장치가 모두 부재 또는 복구 불가인 상태에서 사고 원인 규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사위는 기지 CCTV 영상과 유사 상황 시뮬레이터 재연을 통해 사고기 비행 특성, 엔진 출력, 프로펠러 동작 등을 분석했으나, 모든 엔진 및 기계 계통은 사고 전 정상 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1번 엔진에 부품 손상이 있었으나, 직접적 사고 원인으로는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정권 합동사고조사위원장은 “조종사의 에너지(엔진 출력)와 자세(받음각 및 경사각) 관리 미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종사의 행동을 빼고 사고를 이야기할 수 없다”며, 절차적·조종 기술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과 군 내부에서는 해군의 구조적 안전관리 취약점과 구형 장비 운용 현황에 대한 근본적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안전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유족 및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전과 유사한 회복훈련 미비, 경보장치 미장착 등 ‘인적 과실’ 부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재발 방지책에 대한 신속한 실행이 요구되고 있다.

 

해군은 조사 발표 직후 실속 및 조종불능 회복훈련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사고 기종에 실속경보장치를 부착하는 한편 받음각 계기판 위치 개선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사고 직후 중단된 P-3CK 초계기 운항 재개 시점에 대해선 “추후 판단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한편, 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행훈련 전반과 노후장비 관리체계 보완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은 실질적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 예산 확보를 두고 본격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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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초계기추락#합동사고조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