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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과 허브 향”…평창에서 만난 느린 힐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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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과 허브 향”…평창에서 만난 느린 힐링의 시간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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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흐린 날에도 청정 자연에서의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맑은 하늘이 아니어도, 그만의 차분함과 깊이를 찾으려는 여행자들이 평창을 다시 찾고 있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 계절, 느린 호흡으로 자연과 마주하는 일이 특별한 일상이 됐다.

 

평창군 곳곳에서는 바람결이 다르고, 풍경이 달리 느껴진다.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대관령양떼목장은 드넓은 초원 위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으로 여행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SNS에는 건초 먹이주기 체험이나 바람결에 살랑대는 초원의 풍광 속, 자신만의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이 가득하다. 양떼 목장 산책로를 걷다보면, 복잡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은 듯한 평온함에 젖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평창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평창군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평창을 찾는 국내외 여행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평창을 방문하는 ‘힐링 여행’ 패턴이 뚜렷하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눈이 많은 지리적 특성이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계절의 감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지속 가능한 자연에서의 감성 충전’이라 부른다. 한국여행작가협회의 신민경 작가는 “무엇을 보거나 먹기보다, 그저 머무는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여행이 늘고 있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들이 요즘 여행자들의 가장 큰 만족감”이라고 표현했다. 허브나라농원을 찾은 한 관람객 역시 “유리온실을 가만히 거닐다 허브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필터를 쓰지 않아도 예쁘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진다”처럼, 평창의 고요함과 신비로움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관령마루길, 흥정계곡길, 그리고 오래된 사찰 월정사는 각기 다른 분위기에서 서로 다른 치유의 감정을 안겨준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여행은 더 이상 만만한 자극보다 내면의 감정을 살피는 시간이고, 평창에서 보낸 하루는 일상의 숨구멍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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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대관령양떼목장#허브나라농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