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위고비 7.2mg”…노보, FDA 신속 심사 신청으로 비만 치료전쟁 격화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GLP-1 계열 치료제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자사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고용량 제형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 추가 신약승인 신청 sNDA을 제출하며 고강도 체중 감량 시장 선점에 나섰다. 미국에서 새로운 신속 심사 체계를 활용해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전략으로, 업계는 비만 치료제 글로벌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26일 현지 시간 기준 세마글루티드 주사제 7.2밀리그램 제형에 대한 sNDA를 FDA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신청은 기존 위고비 2.4밀리그램보다 세 배 고용량에 해당하는 주 1회 투여 제형을 대상으로 한다. 회사는 미국의 국가 우선 바우처 CNPV 프로그램을 활용해 심사 절차를 앞당겼으며, FDA가 sNDA 접수를 공식 수락한 이후 약 1~2개월 안에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CNPV는 미국의 보건 및 공중보건 측면에서 국가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신약의 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안전성, 효능, 품질에 대한 FDA의 통상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검토 인력과 일정을 집중 배치해 심사 일정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통상 10~12개월 소요되던 심사 기간을 1~2개월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 비만 같이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 영역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보 노디스크가 이번 sNDA에 포함한 핵심 근거는 72주 동안 진행된 3상 임상 STEP UP 결과다. 이 시험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및 활성 대조 우월성 시험 설계를 적용해, 통계적 편향을 최소화하고 기존 용량 대비 우월성을 명확히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총 1407명의 비만 성인이 참여했으며, 당뇨병 환자는 제외됐다. 대상자는 1주 1회 세마글루티드 7.2밀리그램 투여군, 기존 허가 용량인 2.4밀리그램 투여군, 그리고 위약 투여군으로 나뉘어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이 비교됐다.
임상 결과 세마글루티드 7.2밀리그램 투여군은 72주 시점에서 평균 체중 20.7퍼센트 감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마글루티드 2.4밀리그램 투여군은 17.5퍼센트, 위약군은 2.4퍼센트 감소에 그쳤다. 절대 수치뿐 아니라 기존 위고비 용량 대비 추가적인 체중 감량 폭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고용량 전략의 유효성이 부각된다.
극단적인 체중 감량 달성률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세마글루티드 7.2밀리그램 투여군의 33.2퍼센트가 72주 후 체중 25퍼센트 이상 감소를 달성했다. 2.4밀리그램 투여군에서는 같은 기준을 충족한 비율이 16.7퍼센트였고, 위약군에서는 25퍼센트 이상 체중을 감량한 환자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고도비만 환자나 기존 용량에서 충분한 체중 감소를 얻지 못한 환자군에 새로운 옵션을 제시할 수 있는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세마글루티드는 장내 호르몬 GLP-1 유사체로, 식욕 조절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수용체를 자극해 포만감을 높이고 음식 섭취를 줄이는 기전을 갖는다. 당뇨병 치료제에서 출발해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장됐으며, 같은 계열 약물이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나 대사 질환 개선 효과까지 보이면서 대사질환 플랫폼 약물로 부상했다. 고용량 전략은 수용체 점유율을 더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끌어올리는 대신, 위장관 이상 반응 등 부작용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경쟁사들이 이미 고용량 포지셔닝과 차세대 기전 확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쟁 약물들이 체중 감량뿐 아니라 심혈관 사망 위험 감소 등 적응증 확대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키우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GLP-1 단일 기전에서 나아가 GIP나 기타 대사 호르몬을 동시에 표적하는 다중 작용 약물이 뒤따르고 있어, 노보 노디스크의 고용량 세마글루티드 전략이 어느 정도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신청은 미국 내 비만 치료제 공급 부족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기존 위고비를 포함한 GLP-1 계열 주사제는 예상보다 빠른 수요 증가로 인해 공급 불균형이 반복돼 왔다. 고용량 제형이 승인될 경우 동일 환자 수 기준으로 필요한 주사제 물량이 달라질 수 있고, 제조 및 공급 전략 재편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더 큰 체중 감소 효과를 원하는 환자의 수요를 상위 용량으로 흡수함으로써 시장 세분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나 윈들 노보 노디스크 임상 개발 의료 및 규제 수석 부사장은 FDA 신속 심사 프로그램 활용이 개발 전략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용량 세마글루티드가 승인될 경우 기존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비만 환자들에게 더 큰 체중 감량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고용량에서의 장기 안전성, 특히 위장관계 이상반응과 희귀 부작용에 대한 추가 데이터가 규제 당국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량 위고비는 현재 유럽 의약품청 EMA에서도 병행 검토 중이다. 회사는 유럽연합 내 승인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예상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양대 시장에서의 허가 여부가 향후 글로벌 가격, 보험 급여 정책, 처방 패턴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럽 각국은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편입 범위와 재정 부담을 두고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어, 고용량 제형의 실제 접근성이 얼마나 확보될지도 중요한 지점이다.
비만 치료제의 사회경제적 파급력 확대와 함께 각국 규제 기관은 효과뿐 아니라 장기 안전성과 의료비 지출 구조, 공중보건 전략과의 정합성을 모두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산업계는 고용량 위고비가 신속 심사를 통과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만 치료제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