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고리 왜 찌그러지나”…EHT, M87 그림자 타원형 원인 규명
블랙홀 주변의 난류성 플라즈마가 인류 최초로 관측된 M87 초대질량 블랙홀의 고리 모양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국제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기존의 중력 이론이나 블랙홀 자체의 회전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가 치솟는 난류 물질의 지속적 소용돌이가 고리의 찌그러진 형태를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확인되면서, 블랙홀 물리의 새로운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블랙홀 회전 및 일반상대성 이론 검증 경쟁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EHT(사건지평선망원경) 공동 연구진은 그린란드망원경을 신규 투입한 2018년 초장타원 전파 간섭 관측 자료를 분석, M87 블랙홀의 ‘그림자 고리’가 완벽한 원형에서 약 8%가량 찌그러진 타원형임을 정밀 측정했다. 그간 고리 타원율 측정은 아인슈타인 중력 이론의 직접 검증 수단으로, 블랙홀 회전에 따라 시공간이 어떻게 뒤틀리는지 판단할 열쇠였다. 이번 연구는 기존 관측 대비 3~5배의 정밀도를 확보한 점에서 기술적 진보가 크다.

EHT팀은 현상 원인을 풀기 위해 세계 각지 관측망의 데이터와 다양한 수치 시뮬레이션을 대조했다. 분석 결과, 고리 타원율과 블랙홀 회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명쾌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반면 블랙홀 제트(빠른 플라즈마 유출)를 보이는 시뮬레이션에서 관측된 타원율과의 유의미한 연관이 확인됐다. 즉, 고리는 블랙홀의 중력·회전 영향만으론 설명이 불가능하며, 주변 소용돌이치는 난류성 플라즈마 거동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회전론적 해석의 한계와 관측적 오차원인을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결과는 블랙홀의 직접적 회전 측정에는 여전히 관측의 한계가 남아 있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몇 년 단위의 장기 모니터링으로 난류 효과를 상세히 보정해야 한다”며, EHT의 다주파수 동시관측 확대,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와 우주망원경 연동으로 ‘광자고리(Photon ring)’ 등 더 미세한 구조까지 분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광자고리는 블랙홀 근방을 여러 번 공전한 빛으로 형성돼 난류 영향이 거의 없고 중력 신호 해석에 특히 유리하다는 평가다.
연구논문 저자인 조일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는 블랙홀 고리의 타원을 난류성 플라즈마 운동과 연결시켜 기존의 중력·회전만 보는 관점을 뛰어넘었다”며, “국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다주파수 시스템이 확산하면 관측 한계 극복과 블랙홀의 정밀 이미지 확보에도 기여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7월 10일자에 실렸으며, 향후 차세대 EHT(ngEHT)와 우주기반 VLBI 개발이 본격화되면 블랙홀 그림자와 중력 신호 분리, 실제 회전 측정에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