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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천 예시 순천 명시"…더불어민주당 공천룰 논의에 지역정가 파장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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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전남 순천에서 다시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규칙 개정에 착수하면서 전략선거구 지정 기준에 순천이 예시로 명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21일 순천 지역 정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026년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천룰과 관련해 당헌과 당규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당내에서 공유되고 있는 공천 규칙안 초안에는 전략선거구를 지정하기 위한 여러 기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논란이 된 대목은 전략선거구 기준 중 하나로 제시된 '역대 선거 분석 결과 절대 우세 지역임에도 직전 선거에 패배한 지역' 항목이다. 이 항목 옆에 예시로 ex. 순천이라는 문구가 병기돼 있어, 순천시장을 전략공천 대상 선거구로 상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했다.  

 

순천은 오랜 기간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 무소속 노관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오하근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순천시장에 당선됐다. 이 결과가 민주당 내부에서는 '절대 우세 지역에서의 패배' 사례로 평가돼 왔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으나, 2011년 순천시장 재임 시절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전력이 공천 심사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재심 인용과 재심 결정 번복 등 공천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졌고, 노 시장은 끝내 무소속 출마를 선택해 본선에서 승리했다. 이 과정은 민주당 공천 시스템에 대한 지역 내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순천 사례와 함께 전남 담양군도 잠재적인 전략선거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담양군은 조국혁신당 소속 정철원 군수가 당선된 지역으로, 민주당 기준에서는 강한 지지 기반에도 직전 선거에서 고전한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전략선거구 예시 문구에는 담양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순천시장을 비롯한 전남 일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구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순천시장 경선을 준비해 온 출마예정자들은 공천룰 개정 논의의 세부 내용과 전략공천 기준 확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순천 지역에서는 5명 안팎의 인사가 더불어민주당 경선 참여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략선거구 지정 시 공천 과정이 중앙당 주도로 재편될 수 있어, 이들에게는 공천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역 조직에서도 중앙당의 전략공천 확대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순천 광양 곡성 구례 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국회의원은 전략선거구 논의와 관련해 지역 여론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역에서 인정받은 사람을 공천해야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전략 공천하면 위험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순천은 전남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만큼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고 지역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과한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발언은 중앙당의 전략공천에 대한 지역 조직의 우려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전략선거구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무소속과 제3정당에 내준 지역을 되찾기 위한 강경한 회복 전략으로 읽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공천 과정에서의 민주적 경쟁이 훼손되고, 공천 탈락자들의 이탈이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제9회 지방선거 공천룰을 확정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진행 중이며, 전략선거구 지정 기준과 대상 지역은 당내 논의를 거쳐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순천과 담양을 포함한 전남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구도는 향후 당 지도부 논의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공천룰 최종안을 확정하는 시점에 맞춰 지역 의견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지 주목하고 있다. 국회와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체제 전환 과정에서 전략공천과 경선 확대 사이의 균형을 두고 추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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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전남순천시장#김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