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생활습관 탓 아니다”…국제팀, 유전적 요인 대규모 입증 → 정밀 치료 패러다임 변화
통풍의 발병 메커니즘이 생활습관 차원을 넘어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글로벌 대규모 유전체 연구를 통해 명확히 규명됐다. 뉴질랜드, 미국, 일본, 중국 등 다국적 연구진이 13개 네트워크를 통해 260만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통풍 환자와 일반인의 비교에서 신규 149개를 포함한 총 377개의 통풍 연관 유전자 좌위(DNA 영역)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통풍이 주로 술, 육류 섭취 등 생활습관의 결과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유전자 변이가 관여하는 만성 질환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로써 수십년간 통풍 환자 낙인과 차별로 이어진 ‘개인 책임론’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통풍은 혈중 요산(uric acid)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관절에 결정체가 쌓이고, 면역계가 이 결정체를 공격하며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만성 염증질환이다. 연구진은 대규모 게놈 분석을 통해 단순 요산 배설 이상뿐 아니라 면역세포가 요산 결정체를 인지·공격하는 세포 신호 경로까지 폭넓은 유전자 변이가 작용함을 밝혀냈다. 즉, 통풍의 유전적 기반은 요산 운반체 단백질, 신장·간 배설 경로, 선천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생체 메커니즘과 연결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이번 유전 분석에서는 기존 통풍 관련 유전자 228개를 넘어선 신규 149개 유전자 변이가 제시되며,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 분석을 통한 ‘정밀·맞춤형 치료’(precision medicine) 개발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 서양에 비해 아시아권 통풍 유병률 증가 배경에 인종별 유전자 변이 차이도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이는 통풍 유발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분자 표적을 기반으로 한 신규 치료제 설계, 또는 기존 요산 억제제와 면역 조절제의 병용 요법을 개발할 과학적 토대가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고칼로리 식단, 음주 등 환경 인자가 통풍의 주원인으로 인식됐으나, 이번 연구는 ‘유전력’ 차이에 따른 직접적 질병 발병 메커니즘을 데이터로 제시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심혈관질환, 당뇨와 마찬가지로 유전체 정보 기반 리스크 평가나 가족력 기반 조기 중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료 정책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유럽 NHS 등도 만성질환 유전자 데이터 등록·공유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추세다.
반면 전문가들은 통풍 같은 복합 만성질환에서 유전자 정보 활용이 증가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보험 적용, 유전자 차별금지 등 사회적·윤리적 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구에서 제시된 신약 후보 타깃이 실제 임상 효능까지 이어지려면, 미국 FDA·한국 식약처 등 규제기관의 임상시험 설계 및 바이오마커 활용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토니 메리먼 교수는 “통풍은 유전적 기반의 만성 질환이며, 환자 개인의 책임이나 부끄러움으로 치부돼선 안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과 개인 맞춤 치료 시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새로운 분자 표적 치료제, 맞춤 진단 서비스 상용화가 통풍 치료 패러다임을 혁신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