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탐사대, 군인들의 비밀스런 밤”…해병대 반려견 참극→진실의 그림자 드리운다
어둠이 내린 거제의 한 식당 마당, 아무도 예상치 못한 소란이 일었다. ‘실화탐사대’는 반려견들에게 쏟아진 비비탄 세례, 그리고 그것이 남긴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평범한 일상에 끼어든 공포의 순간, 피해 가족의 울분은 삶의 균열을 고스란히 전했다.
비극은 식당에 잠들어 있던 반려견들 앞에 낯선 이들이 등장하며 시작됐다. 20대 남성 세 명이 줄에 묶인 반려견 가까이 접근했고, 누군가는 군사작전을 떠올리게 하는 신속함으로 비비탄을 난사했다. 마당 곳곳에 흩어진 탄환의 잔해, 흔들리던 CCTV는 한밤의 침묵을 깨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았다. 8살 반려견 솜솜이는 온몸에 퍼진 멍과 호흡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고, 매화는 시력을 일부 잃었으며, 깨는 부러진 치아로 마음의 상처까지 입었다. 견주 가족은 “아이들은 가족이었다”며 수화기를 붙들고 애끓는 목소리로 책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가해자들, 그중 해병대 소속의 두 명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메시지만 남겼다.

제작진은 사건의 실체를 좇아 CCTV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고, 날선 분노와 피해자의 절망이 뒤섞인 진실은 시청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행위의 당사자와 행위의 이유, 그리고 아직 남겨진 상처에 대한 해명을 방송에서 낱낱이 공개했다.
참사의 바깥에서는 또 다른 젊은 청년의 인생이 뒤바뀌고 있었다. 건축학을 품은 스물한 살 원현식 일병은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군 생활을 시작했으나, 진지 근무 중 반복된 폭언과 누적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다. 몸에는 뇌 손상이, 일상에는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며, 생명의 끈을 부여잡은 채 인공호흡기와 병원 생활로 이어졌다. 지인과 나눈 대화에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장이 여러 차례 포착됐고, 마지막 순간 그는 결국 자신을 밀어내는 어둠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의 가족은 군대 내 시스템과 대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아직까지도 공식 전역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 울분을 쏟아냈다.
‘실화탐사대’는 거제 비비탄 사건과 원현식 일병의 뇌 손상 사건을 엮어 대한민국 사회의 고통 받은 구성원들, 그 잊혀진 진실의 조각을 편집 없이 조명했다. 해병대원의 표적이 된 네 마리 반려견, 그리고 바뀌어버린 한 청년의 인생. 두 개의 사건을 가로지르는 방송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군 제도의 경계,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마주하게 한다. 이날 오후 9시, 실화탐사대는 그 단단한 질문을 화면 너머 시청자에게 건넸다.